한미약품 개량신약, 美 FDA 승인 받았다
한미약품(사장 이관순·사진)의 역류성식도염치료제 개량신약 ‘에소메졸’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 특허 소송이 끝나지 않아 이 약품의 미국 내 판매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개량신약이 FDA의 판매 허가를 받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한미약품은 평가했다.

◆개량신약 개발비 부담 작아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구조를 변경한 제품이다. 약효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지만 특허를 피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개발비로 수조원대가 투입되는 오리지널에 비해 비용 부담은 작고 효능은 동일하기 때문에 후발 제약업체들의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개량신약이 많이 활용된다.

미국 허가 업무를 담당한 권규찬 한미약품 이사는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연구·개발(R&D) 여력이 취약한 국내 제약사가 선진 시장에 접근하는 새로운 공략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넥시움’을 개량해 만든 약이다. 한미약품은 에소메졸을 연구·개발하고 임상시험을 하는 데 4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연간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허소송서 한미약품 이길 듯

한미약품은 에소메졸(미국 상품명 에소메프라졸)이 FDA로부터 잠정 시판허가를 획득했다고 5일 발표했다. 시판허가를 ‘잠정’으로 받은 것은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2010년 미국 시장에서 에소메졸을 팔기 위해 FDA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으나 아스트라제네카가 2011년 2월 미국에서 특허연계소송을 제기, 시판허가가 지연됐다. 미국에서는 제약사가 특허연계소송을 제기하면 최장 30개월 동안 허가가 보류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 제도를 경쟁제품출현을 지연시키는 ‘방패’로 활용하고 있다. 이 기간이 오는 6월 말 끝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여부는 그 이후 결정된다.

한미약품은 이 소송에서 이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소송으로 판매 허가가 보류된 약품을 FDA가 승인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오리지널 약품인 넥시움의 특허가한국과 유럽에서 이미 끝났고 미국에서도 내년 5월 완료된다는 사실이 한미약품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박노석 마케팅담당 이사는 “FDA의 잠정 시판허가는 특허소송이 다음달 종료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행정 절차로, 에소메졸의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FDA의 검토 절차를 마무리하고 시판을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서 10% 점유 기대

미국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시장은 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 사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한미약품은 기대하고 있다. 내년 5월 이전에는 동일한 약효를 가진 복제약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한미약품으로서는 좋은 기회다.

증권가에서는 에소메졸이 내년 5월 이전에 시장점유율 10%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약품은 미국에서 이 약을 팔기 위해 지난해 미국 제약사인 암닐사와 판권계약까지 체결했다. 회사 측은 “넥시움에 비해 에소메졸의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복제약이 나오기 전까지 두 제품이 1년 동안 미국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