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4년 만에 하락] 정부청사 이전 희비…세종시 8.9%↑ 과천시 13%↓
부동산 시장 침체의 여파로 올해 전국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4.1%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4.6% 떨어진 뒤 4년 만에 하락한 것이다.

전국 공동주택(1092만가구)의 절반(53%)을 넘는 서울·인천·경기(579만가구) 등 수도권의 공시가격이 6.3% 내린 게 주원인이다. 반면 5대 지방광역시와 지방 시·군의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각각 1%와 1.6% 상승했다.

◆고가·대형주택 많은 수도권 직격탄

수도권에서는 서울(-6.8%)과 인천(-6.7%) 경기(-5.6%) 모두 하락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도시·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수도권 전체로는 1.3% 올랐다. 시·도별로는 주요 정부 부처가 이전한 세종시가 8.9%로 가장 많이 뛰었고, 경북도청이전 사업 등이 추진되는 경북도 7.3% 올랐다. 울산(6.5%)과 제주(5.5%) 대구(5.4%) 충남(4.1%) 등도 각각 개발호재로 공시가격이 상승했다.

시·군·구에서도 지방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국 251개 시·군·구 중 142개 지역의 공동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공단 근로자 유입과 정비사업활성화 효과로 울산 동구는 작년보다 16.4% 올랐다. 지하철과 산업단지 개발이 진행 중인 경북 경산시(12%)와 울산 북구(11.1%)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과천 정부청사 이전 여파로 경기 과천시는 전년보다 13.1%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값 약세로 서울 강남구도 11.6% 내렸다.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가 몰린 용인 수지구(-11.4%)와 기흥구(-10.4%)도 하락폭이 컸다.

고가 및 중대형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하락도 눈에 띈다. 공시가격 5000만원 이하 주택은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3.2% 오른 반면 6억원 초과 주택은 10.7% 내렸다.

주택 규모별로도 전용면적 33㎡ 이하 주택은 0.9% 상승했지만 33㎡ 초과~85㎡ 이하 주택은 1.1~3.4% 하락했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은 6.3~8.7% 떨어져 낙폭이 컸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2.5% 상승

이날 함께 발표된 전국 398만가구의 단독주택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기준이 되는 ‘개별단독주택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2.5% 상승했다.

실수요자 위주로 경기에 덜 민감한 데다 정부가 공동주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시가 반영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2012년(5.28%)과 비교해서는 상승폭이 둔화됐다.

시·도별로는 세종이 7.36%로 전국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고, 울산(7.61%) 경남(5.39%) 서울(2.99%) 부산(2.85%)이 뒤를 이었다.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6억원 초과 주택은 총 3만8525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종부세 부과 대상인 9억원 초과 주택은 1만1683가구로 나타났다. 대부분 서울(9395가구) 경기(1841가구) 등 수도권 지역 주택이 차지했다.

공동주택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www.molit.go.kr)와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30일부터 5월29일까지 열람이 가능하다. 이의가 있으면 공동주택은 국토부나 시·군·구 민원실에 우편·팩스 또는 직접 방문을 통해 이의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재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6월29일에 재조정 공시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