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뒤 웃음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뒤 웃음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물러나게 됐다.

◆“차기 회장 조건은 리더십”

어 회장은 이날 KB금융지주 서울 명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5월에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전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12일까지다.

어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하는 회추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회추위 구성에 맞춰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해야 하는데, 어 회장이 연임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회추위 구성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연임 관련 의사표명 시점이 업계 예상보다 늦어진 것에 대해 “KB지주는 정부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민간 기업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연임 여부를 굳이 밝혀야 할 하등의 필요성,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주변에서 제 명예를 위해 회추위 구성 전에 연임 여부를 밝히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 것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어 회장은 재임 기간 업적으로 KB지주의 이미지 개선과 독립성 확보, 인재 양성 등을 꼽았다. 그는 “KB지주의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가 많이 개선됐다”며 “정부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인사 관련 부탁을 일절 받지 않고 대출 등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어 회장은 차기 회장의 자질로 능력과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 출신이냐, 외부 출신이냐, 정부가 지명하는 사람이 오느냐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민간 금융섹터를 대표할 만한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기 채우는 첫 KB지주 회장

KB지주는 이르면 내달 초에 회추위를 구성, 어 회장의 후임 인선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어 회장의 후임으로 벌써부터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KB금융그룹의 현 경영진 외에 외부인사로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민유성 티스톤 회장 등이 거론된다. KB지주 회추위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다.

어 회장의 연임 포기로 이른바 금융권의 4대 천왕시대는 막을 내렸다. 4대 천왕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 회장을 일컫는다. 이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온갖 뉴스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들도 정권교체와 함께 모두 퇴진하게 됐다. 강 전 회장은 이미 물러났으며 내년 3월까지 임기인 이 회장도 중도 퇴진을 선언했다. 한때 연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어 회장도 포기 의사를 밝힘으로써 4대 천왕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어 회장은 2008년 KB지주 출범 이후 임기를 채우는 첫 회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다른 사람에 비해 명예는 지킨 셈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