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의 '현장 시장실' 과잉 홍보
“시장이 모든 현안을 직접 해결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실무 부서에서 해오고 있던 일들인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금천·구로구에 ‘현장시장실’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진 지난 26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현안을 직접 챙기면 추진력은 생기겠지만, 실무 직원들의 사기가 어떨지 걱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은 현장의 주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안을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금천·구로구에 ‘현장시장실’을 두기로 했다.

박 시장이 현장시장실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처음으로 1주일간 운영한 데 이어 지난달엔 강서·금천구를 2박3일 일정으로 찾았다. ‘소통’을 강조하는 박 시장이 현장을 직접 찾아 시민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시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강서·양천구 현장시장실 운영 성과’를 주제로 언론 브리핑을 했다. 현장시장실에서 ‘마곡산업단지 복지시설 확충’ ‘제물포터널 지하화를 통한 상부 친환경 공간 조성’ ‘신월동 배수시설 확충공사 추진’ 등의 성과를 거뒀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이런 결과물이 현장시장실 운영을 통해서 얻어진 것일까. 본지는 박 시장이 현장시장실에 나가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14일자에 제물포터널이 6월 착공되고, 상부공간이 지하화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미 추진이 확정된 사업을 현장시장실 운영에 맞춰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마곡산업단지 복지시설과 신월동 배수시설 추진은 지난해부터 예정된 사업이었다.

서울시에는 1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시장이 직접 나서야만 현안이 해결된다면 서울시 조직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담당부서가 꾸준하게 진행해왔고, 예정됐거나 이미 결정된 일을 박 시장의 현장시장실 운영을 통해서 얻은 성과라고 발표하는 것은 ‘과잉 홍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박원순 띄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쑥덕공론이 시 안팎에서 나도는 이유다. 서울시는 금천·구로구 ‘현장시장실’을 통해 어떤 성과를 냈다고 발표할지 자못 궁금하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