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총리, 현장서 구조지휘…부상자 1만1천393명

중국 쓰촨성 야안(雅安)시 루산(蘆山)현 지진 발생 이틀째인 21일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이 207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루산현 등 피해 집중 지역에 인민해방군 장병과 무장경찰 대원 등 구조인력 수만명을 투입, 생존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였다.

◇ 희생자 규모 윤곽 드러나
쓰촨성 정부는 21일 오후 3시 현재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각 186명, 2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상자 수는 중상자 968명을 포함, 1만1천393명을 기록했다.

수색·구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사망자 숫자가 느는 추세지만 당국은 2008년 쓰촨 대지진 때처럼 대규모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중국 지진국 응급구조사(司·사는 한국의 국) 사장은 "수천, 수만명의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때는 진원지인 쓰촨성과 충칭직할시 등 인근 지역을 모두 포함, 8만6천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37만여명이 다치는 국가적 대재난이 발생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의 규모는 8.0으로 이번 지진보다 1.0이 컸다.

지진 발생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리히터 규모 1이 커질 때마다 32배씩 커지므로 이번 루산현 지진의 파괴력은 2008년 쓰촨 대지진의 32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쓰촨성 원촨(汶川)현을 중심으로 발생한 2008년 대지진 당시 낡은 목조 주택과 벽돌 건물이 대부분 붕괴함에 따라 지진에 취약한 건물의 비율이 많이 줄어든 것도 인명 피해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산 피해도 상당했다.

이번 지진으로 쓰촨성에서만 주택 2만6천411채와 교량 327개가 무너졌다.

훼손된 도로도 2천986㎞로 파악됐다.

◇ 당국 구조에 전력…리커창 총리 현장 지휘
중국 정부는 1급 지진 재난 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쓰촨군구 병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 인원을 투입해 생존자 구출에 전력을 기울였다.

20일 오후까지 인민해방군 장병 7천500명, 무장경찰 대원 4천500명, 5천600명의 민병이 쓰촨성 지진 피해 지역에 긴급 투입됐다.

군과 무장경찰은 이 밖에도 1만8천여명의 병력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쓰촨성과 중앙 정부 소속 소방대원, 공안, 공무원 등도 구조 작업은 물론 부상자 치료, 이재민 보호, 구호물자 배분, 수도·전기·통신·도로 복구 등에 나섰다.

위생부는 45개 팀 600여명의 의료진을 현장에 보내 부상자를 치료 중이다.

당국은 무인기, 헬기 등을 동원해 지진 피해 지역의 영상과 정확한 위치 정보를 구조대에 전송하고 굴착기 등 중장비와 음파 및 비디오 탐지 장치, 수색견 등을 활용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20일 루산현을 찾아가 현지에서 생존자 구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지진 발생 당일 오후 지진 현장에 도착한 리 총리는 임시 텐트에서 손전등을 켜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지진 발생 후 72시간이 구조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 시기인 만큼 생존자 구조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리 총리는 이재민의 텐트를 찾아가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병실에서 환자들을 만나서는 "정부가 당신들을 보살필 테니 의료비 걱정을 하지 말고 안심하고 치료를 받으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가 집중된 루산현과 바오싱(寶興)현의 일부 산간 농촌 마을은 도로와 통신이 모두 끊기면서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은 맨손으로 가족과 이웃을 구하려고 잔햇더미를 파헤치는 안타까운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부상자는 큰 병원으로 후송되지 못하고 현지 간이 병원에서 마취약도 없이 수술을 받는 등 큰 고통을 겪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진 피해 주민을 향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중국의 주요 언론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재해 복구 지원금 모금을 시작했고, 부상자 치료를 위해 헌혈을 하겠다는 지원자들도 몰렸다.

2008년 쓰촨 대지진의 중심지인 원촨(汶川)현의 택시기사 수십명은 과거 입은 은혜를 갚겠다면서 생업을 중단하고 생수와 라면 등을 차에 가득 싣고 루산현 등지에 몰려와 생존자 구조에 동참했다.

(루산현<쓰촨성 야안시>·베이징연합뉴스) 한승호 신삼호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