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뒤 한국의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세수 기반이 약해지는 가운데 각종 사회보장과 의료 서비스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9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한국은행 출신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재정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57%인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30년께 70%, 2045년 무렵 100%에 이르고 2050년쯤 12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20년 안에 부채의 지속 가능성이 큰 걱정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며 급격한 인구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비용 증가를 이유로 꼽았다.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경제활동 자체가 줄어들고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부채는 국가채무(국채·차입금·국고채무부담행위)뿐 아니라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한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정부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IMF는 2019년 42.1%에 머무르던 한국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코로나19 대응을 거치며 2021년 51.3%로 처음 50%를 넘었다고 추정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55.2%에 이어 올해 56.6%로 늘어나 2029년 59.4%에 이를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다만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일본(252.4%), 미국(122.1%), 독일(64.3%) 등 주요 7개국(G7)에 견줘 아직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향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금리를 언급하며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한 2%보다 1%포인트 더 오르면 이 수치가 2050년께 141%로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3.5% 고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자 지급 비용은 2022년 GDP의 0.9%에서 지난해 1.4%로 늘어났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 비용은 장기 무위험 금리를 2% 수준으로 가정할 때 2050년 GDP의 2.4%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정부의 재정지출 감소율이 10.5%에 이르지만 감세와 세수 부진 등의 여파로 여전히 적자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