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20년 이후 발행된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본토 바깥에서 쓰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 위안화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키우겠다는 중국의 구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탈(脫)달러’에 나선 신흥국을 자국 통화 영향권에 편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콩도 디지털위안화…中 '기축통화국' 속도

홍콩, 中 본토 밖 첫 e-위안화 도입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전날 홍콩 주민들이 중국은행, 중국교통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주요 중국 은행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개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앱 형태인 지갑은 홍콩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한번 지갑을 개설하면 별도로 중국 본토 은행 계좌를 마련할 필요 없이 디지털 위안화를 충전할 수 있다. 홍콩 17개 시중은행에 구축된 즉시결제시스템(FPS)을 써서 홍콩달러를 곧장 디지털 위안화로 바꾸는 방식이다.

위안화 통용 지역이 아닌 곳에 디지털 위안화가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이제 홍콩인은 인근 광저우 등 중국 본토 시범 지역에서 환전 없이도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 에디 위 홍콩금융관리국장은 “중국인민은행과 계속 긴밀하게 협력해 디지털 위안화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중국과 홍콩 간 거래 편의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을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 기지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1년 “여건이 성숙하면 HKMA와 디지털 위안화 역외 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인들이 중국 본토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홍콩달러가 아니라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통화 체계를 가진 중국과 홍콩 간 자유로운 역외 결제가 가능하게 해 자연스럽게 홍콩을 위안화 통용 지역으로 흡수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홍콩을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脫달러 현상 가속화되나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특히 기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개인정보 보호를 우려해 CBDC에 소극적인 틈을 파고들었다. CBDC 국제 지불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는 곳도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엠브리지(mBridg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홍콩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과 각국 CBDC를 거래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했다. 달러 결제망을 대체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달 위안화 비중은 4.7%로 지난해 같은 달(2.3%)에 견줘 두 배 이상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을 구성하는 통화에 편입했고, 2022년 SDR 통화 바스켓에서 위안화 비중을 종전 10.92%에서 12.28%로 조정했다.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위다.

중국의 주요 타깃은 미국 달러화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신흥국이다. 신흥국이 글로벌 달러 결제망 핵심인 SWIFT 퇴출을 경제 제재 수단으로 삼는 미국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노렸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원유와 가스 대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8월 IMF에서 받은 차관 17억달러를 위안화로 상환하고 디폴트를 모면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