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건설' 의지 과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유엔의 제재 움직임에 반발해 1950년대 전시분위기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도 전국 경공업대회를 개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공업을 농업과 함께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공전선으로 선정하는 등 그동안 경공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지만 근년 들어 북한 당국의 정책 방향이 이번 대회에서처럼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은 거의 없었다.

◇ 김정은, 직접 연설로 과업 지시 =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경공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미 있는 공장, 기업소들을 만부하로(최대한) 돌리면 인민들의 생활상 요구와 기호에 맞는 여러가지 소비품들을 기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며 공장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중앙공업공장들은 지방산업공장들이 설비와 부속품, 원료와 자재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경공업 원료와 자재를 국산화하고 불법적 거래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간부들의 패배주의와 무책임성을 지적하고 경공업 분야의 실태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경공업 분야에서 합리적인 경영전략, 기업전략도 강조됐다.

김 제1위원장이 "대외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다른 나라와 가공무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경공업 제품의 수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읽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6개 면 가운데 1∼5면을 경공업대회에 관한 기사로 채웠다.

◇ 일촉즉발 정세에도 '경제강국 건설' 매진 =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의 긴장 국면에서 경공업을 강조한 것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강국 건설'에 집중할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제1위원장은 연설에서 "일촉즉발의 첨예한 정세가 조성된 속에서도 당 중앙은 전국 경공업대회를 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 13일 "(최고 영도자가) 우리의 영해, 영토에 단 한발의 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지체없이 반타격을 가함으로써 조국통일대전의 첫 포성을 쏘아올리라고 군인들을 고무격려하는 한편 벌써 대결전의 귀추를 내다보며 국가부흥에 관한 구상과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주민을 상대로 전시동원태세를 갖추면서도 강성국가 건설이라는 장기적 계획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작년에 '먹는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민생행보를 보였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경제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경공업 대회는 북한이 전투적으로 동원상태에 있지만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 분야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공업대회에는 대외적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경공업 대회와 관련해 "김정은이 한반도의 대결 국면에서 주민생활 개선과 경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국, 미국, 중국에 우회적으로 보내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