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출자사들 "거부하면 부도…수용해도 손해"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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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용산개발 경영권 보장하면 2600억 지원"…정상화방안 제시
"출자사들 21일까지 동의 안하면 파산 절차"
삼성물산은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 포기 검토
"출자사들 21일까지 동의 안하면 파산 절차"
삼성물산은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 포기 검토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코레일이 15일 ‘용산개발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여, 합의안이 도출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대다수 출자사도 부도만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코레일 ‘용산개발 새판짜기’ 제안
코레일이 이날 29개 출자사에 제안한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2600억원 자금 지원 △삼성물산의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 무효화 △시행사 및 개발실무업체 경영권 확보 등이다. 요지는 “자금지원을 통해 용산개발의 파산을 막는 대신 사업 주도권을 완전히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사인 드림허브에서 각 주주 간 사업협약서를 없애고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의미다.
코레일은 2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4000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증권(ABS) 이자는 갚을 수 있어서 부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코레일은 드림허브와 용산역세권개발(주) 이사진의 과반수를 확보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 박해춘 회장을 비롯한 용산역세권개발(용산개발 실무회사) 임원진도 모두 물러난다. 또 삼성물산에는 전환사채 688억원을 돌려받는 대신 랜드마크 시공권(1조4000억원)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각종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광역교통개선대책부담금 등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6년여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서부이촌동 주민의 보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영세 상인의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민간 출자사,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특별대책팀을 꾸려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 층수를 낮추고 과잉 공급 상태인 오피스와 상업시설 비중을 줄이는 등 사업계획도 변경키로 했다.
코레일은 오는 21일까지 출자사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중단하고 파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부도 막자”엔 공감하지만
코레일과 SH공사를 제외한 28개 민간 출자사는 코레일의 제안이 출자금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당장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내려놔야 할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획득한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레일의 제안(시공권 포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권과 경영권 등 기득권 모두를 포기해야 하는 데다 사업 무산시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사업해제시 상호청구권 포기’ 등 불합리한 조항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롯데관광개발 등 전략적 투자자와 KB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는 사업 무산시 큰 손실을 보기 때문에 코레일의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다.
문제는 삼성물산과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7개 건설사로 구성된 건설 투자자다. 이들은 랜드마크 빌딩 등 주요 건축물 공사를 유리한 조건으로 수주하기 위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공사 원가에 일정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코스트+피(cost+fee)’ 방식을 폐지하고 경쟁 입찰을 도입하기로 해 이익이 크게 줄어들 처지다. 10조원에 이르는 공사비 중 건설투자자 지분(20%)만큼인 2조원만 보장하고, 나머지 80%(8조원)는 외부 업체에 시공권을 개방한 것도 불만이다.
여기에 추후 사업 중단시 귀책 사유와 관계없이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가 서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항도 민간 출자사들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한 건설 출자사 관계자는 “차라리 법정관리에 들어가 출자금의 절반이라도 회수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화 조치로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주도하게 됐지만 사업 전문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도심권 역세권 개발 경험이 전부인 코레일이 총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하는 건국 이래 최대 개발사업을 혼자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보형/이현일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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