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 죽여라' 망언…할머니들 "사죄받을 때까지 죽지 않겠다"

록밴드로 보이는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3·1절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노래 CD를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에 보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2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따르면 '조선놈들을 쳐죽여라'라고 쓰인 노래 CD 1장과 이 노래 가사를 한국말로 번역한 A4 종이 1장이 들어있는 소포가 3·1절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나눔의 집에 도착했다.

발신인 난에는 '東京部 千代田區'(도쿄도 지유다구)·'櫻亂舞流'(벚꽃 난무류)라고 적혀 있었으며 벚꽃 난무류는 일본 국수주의자들로 이루어진 록밴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노래 가사에서 시종일관 한국을 비하하는 가운데 '매춘부 할망구들을 죽여라'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소포를 뜯어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할머니들께는 오늘에서야 겨우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들의 노래를 접한 할머니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유희남(87)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 고통을 당한 사실을 전 세계가 알고 사죄하라고 하는데 사죄는커녕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박옥선(90) 할머니도 "노래 가사처럼 그냥 죽지 않겠다"며 "일본의 사죄를 받으려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이런다고 우리가 죽겠느냐"고 분노했다.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일조했던 김군자(88) 할머니는 "너무 뻔뻔하다"며 "일본 정치인들이 젊은 층에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래 가사에는 '지진 틈타 도둑질하는 놈들 뭐하러 왔어', '다케시마에서 나가라. 동해표기를 없애라', '돈으로 사는 히트 차트 토할 거 같애' 등 재일동포와 독도, 한류 아이돌 그룹을 겨냥한 망언도 담겨 있다.

이들은 이 노래를 3분 56초짜리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지난 1월26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동영상에 자신들이 공연하는 사진과 함께 태극기를 찢는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집회 사진을 넣었고 '똥 먹어라. 먹는 것에서 똥이 나오잖니'라는 가사가 나올 때에는 양푼에 담긴 비빔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안 소장은 "변호사와 함께 소포를 보낸 이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월요일 관할 경찰서나 '말뚝 테러'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