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제 가족에 대한 관심 때문이죠. 세 오빠가 북송돼 평양에서 살고 있거든요. 저는 그들을 만나려고 11차례나 북한을 방문했고 그런 경험들을 작품 속에 녹여냈습니다.”

북송된 3명의 오빠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으로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49·사진). 그가 지난해 일본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그의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를 들고 고국을 찾았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개봉돼 지금도 상영 중인 이 영화는 세계 18개 영화제에 초청됐고 일본에서는 기네마준보의 ‘2012년 최고의 영화’, 일본영화기자협회 작품상을 받았다. 내달 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26일 인터뷰를 했다.

“일본과 북한 사이에도 이산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세상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만나지 못하는 가족이 많아요. 일본인들도 재일교포들에게 이런 아픔이 있는 줄 몰랐다며 큰 관심을 나타냅니다.”

“영화는 북송된 3명의 오빠 중 막내 오빠가 1999년 신병 치료차 일본에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북한은 개인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는 나라예요. 저는 2005년 ‘디어 평양’을 발표한 이후 북한 출입이 금지됐어요. 조총련은 당시 제게 반성문을 쓰라더군요. 누구한테 뭐라고 쓰냐고 반문하자 답변을 못 하더군요.”

그가 목격한 북한은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돈만 있으면 호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다. 그만큼 규제도 많다.

“북송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어요. 일본과 북한의 적십자가 함께 추진해 1959년부터 20년간 9만4000여명의 재일교포를 보냈어요. 대부분 1960년대 초반에 떠났죠. 60년대 후반엔 먼저 간 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했어요.”

부모가 제주 출신인 양씨는 1964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도쿄 조선대를 졸업한 뒤 연극배우, 라디오 진행자 등으로 일하다 1995년부터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은 평양에서 결혼해 사는 오빠와 일본에서 조총련 일을 하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고 ‘굿바이, 평양’은 평양에서 태어난 둘째 오빠 딸에 관한 홈비디오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