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신차 개발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 투자금을 전액 조달한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마힌드라그룹이 2011년 3월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첫 직접투자가 된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국정조사 논란으로 1년 가까이 미룬 투자를 재개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쌍용차, 한숨 돌렸다

쌍용차는 14일 역삼동 서울사무소에서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와 회사채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엔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사진)과 이유일 쌍용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사회 결정사항은 두 가지다. 마힌드라가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2011년 인수한 쌍용차 회사채 954억원의 만기를 2014년에서 2015년으로 1년 더 연장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는 마힌드라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단독 참여한다. 신주는 1454만5455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11.9%다. 발행가는 5500원이며 오는 5월22일 납입 예정이다. 이 사장은 “유상증자와 회사채 만기 연장을 합쳐 올해 1754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엔카 사장은 “이번 투자 결정은 마힌드라그룹에서도 동의했다”며 “쌍용차에 대한 마힌드라의 투자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유상증자를 통해 들어오는 800억원을 2015년 초 출시 예정인 소형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00’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X100은 쌍용차가 SUV 명가 재건을 위해 공을 들이는 신차다.

마힌드라 측은 추가 투자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작년 초 마힌드라는 향후 4~5년 내 9억달러를 쌍용차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엔카 사장은 “앞으로 4년간 1조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유상증자 등) 이런 방식으로 자꾸 투자하는 건 어렵다”며 “쌍용차가 흑자전환을 통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 정상화 속도 낼까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쌍용차 경영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마힌드라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1년엔 15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수요 부진으로 작년 평택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악재가 산적해 있지만 회생 가능성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전년보다 6.8% 늘어난 12만717대의 차량을 팔았다. 올해 판매 목표는 14만9300대로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려 잡았다. 신차 효과도 보고 있다. 지난 5일 로디우스 후속모델로 내놓은 코란도 투리스모가 출시 1주일 만에 1500대 이상 팔리는 성과를 올렸다.

문제는 쌍용차 정리해고와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정치권과 일부 해고자 등 ‘외풍’이다. 이 사장은 “야당에서 추진하는 국정조사는 회사 경영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발 회사가 잘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고엔카 사장도 “올해 쌍용차 흑자 달성에 매진하고 싶은데 3~4년 전의 일로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해고무효 소송 등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태명/전예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