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용품 제조업체 매스코는 1986년 매출 11억5000만달러로 29년 연속 수익 증가를 기록했다. 수도꼭지와 욕실수납장, 자물쇠, 건축용 철물 등의 시장을 지배하며 월가로부터 ‘일상의 장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신사업을 찾던 리처드 머니지언 최고경영자(CEO)는 가구사업에 뛰어들었다. 영세업체들이 난립한 가구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경쟁우위에 설 것으로 믿었다. 15억달러를 투자해 10개 업체를 인수한 뒤 조립식 가구를 판매했다. 그러나 몇 년 후 매스코의 순이익은 30% 줄었다. 32년간 이어진 실적 상승도 멈췄다. 머니지언은 6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채 가구사업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머니지언은 “가구사업 진출은 생애 최악의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

머니지언이 중가, 고가, 저가의 가구업체들을 사들인 것은 다양한 영역의 제품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도꼭지 시장의 30%를 차지했던 매스코의 가구시장 점유율은 7%에 그쳤다. 생산 및 유통 채널이 난립하고 가격도 분산돼 있었기 때문. 기능성이 뛰어난 수도꼭지로 성공한 매스코였지만 가구사업에서는 패션이 더 중시된다는 점도 간과했다.

반면 잉그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2010년 매출 231억유로, 순이익 25억유로, 매출 총이익률 46%를 기록했다. 26개국에 280여개 매장을 보유했다.

매스코와 이케아의 차이점은 CEO들의 전략에서 왔다. 캄프라드는 머니지언처럼 경쟁요인을 무시한 게 아니라 그 요인들 가운데서 번창하고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가치창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는 다른 가구업체보다 밝고 아름답고 큰 매장을 열어 소비자들이 가구를 직접 골라 차에 싣고 돌아가 직접 조립하는 생활패턴을 만들었다. 지난 10년간 매년 2~3%씩 가격을 인하해 저가체계를 구축했다. 깔끔하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가구의 제조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의 호감을 높였다. 경제가 성장하는 개발도상국들에도 적극 진출했다.

캄프라드는 사람들에게 가구를 싸게 공급해 더 나은 일상생활을 안겨준다는 기업의 이념과 목적을 직원들에게 늘 강조해 저가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머니지언은 가구사업의 목적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그저 돈 벌 요량으로 뛰어들었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는 기업 CEO를 전략 수립과 실행의 주체로 만들기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마련한 인기 전략 강좌를 정리한 경영서다. 저자는 “앞으로 기업의 성패는 죽은 리더가 아니라 살아 있는 전략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기업을 진두지휘할 리더가 스스로 항해할 수 있는 전략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이 시대의 경영전략은 더 이상 컨설턴트들의 몫이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CEO들의 임무라는 설명이다.

총 8강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독자 스스로 기업의 리더가 돼 해당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고, 분석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전략가의 눈과 마인드, 도구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