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던 중 공부를 해서 박사 학위를 딴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후 회사를 창업한지라 종종 사람들이 왜 대학에 가서 교수가 되지 않고 사업을 하느냐고 묻곤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 교수에 비해 중소기업 사장이 더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생각이 전혀 틀리지도 않다. 회사를 경영할수록 중소기업 사장은 매우 어려운 직업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어려움을 더 느끼게 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 즉 인력시장에 그 이유가 있다. 청년실업률이라고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많은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와서 일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도 적지만, 뽑아서 훈련시켜 놓으면 몇 년 안돼 대기업으로 가버린다. ‘대기업병’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이것이 청년실업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처음 신입사원을 뽑으면 처음부터 다시 ‘기역 니은’을 가르쳐야 한다. 스펙을 쌓는다고 영어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많이 따놓았지만, 정작 간단한 한글 업무 보고서 하나도 논리적으로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산업용 기역 니은’을 가르치려면 입사 후 족히 6개월은 걸린다. 혼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족히 1년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대학교는 너희에게 돈을 받고 가르쳤지만, 나는 너희에게 월급을 주면서 가르친다”며 웃는다. 서글픈 웃음이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서 이제 제법 일할 만하다 싶으면 대기업으로 옮기기 일쑤다. 이들 대기업의 대부분은 우리 거래처이고 우리 회사의 ‘갑’이어서 인력 유출에 대한 항의도 하기 어렵다. 현재 인력시장에서 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바로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기업에 가기 위해 거치는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잘 훈련된 전문인력을 대기업에 손실을 감내하면서 무료로 납품하는 웃지 못할 기능을 하고 있다. 인력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이러한 고충은 바로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얼마나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사회 전반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지 그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은 대기업으로서 그 역할이 상호 존중받는 건강한 산업구조가 하루 속히 만들어져야 하겠다.

민경숙 < TNmS 대표 min.gs@tnms.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