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장기화한 시리아에서 파루크 알 샤아라 부통령이 최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정권 핵심 지도층 간 분열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들은 지난 2년간 반군과 정부군의 충돌로 4만5천여 명이 숨지는 참극이 빚어졌지만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샤아라 부통령 등 일부 고위 관리들이 협상을 통한 내전 종식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시리아 핵심 지도층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심 지도층 구성원인 시리아 헌병사령관인 압둘아지즈 자셈 알 샬랄 소장은 최근 정부군에서 이탈했다고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터키 접경 지역에서 망명 시기를 조율 중인 샬랄 소장은 전날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를 통해 정부군을 두고 "국민을 보호하는 고유 임무를 방기한 채 살인과 파괴를 일삼는 폭력집단"이라고 비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아사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는 정부군 정예부대를 이끄는 동생 마헤르 알 아사드와 영부인 아스마 알 아사드, 수도 다마스쿠스의 보안책임자인 하젬 마크루프(41) 등이 있다.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아사드 대통령의 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아파의 한 분파인 알라위트파 출신이다.

알리 마므루크 국가안보국장과 로스톰 가잘리 정책안보국장 등 일부 수니파 인사들도 아사드 대통령 의 측근으로 꼽힌다.

프랑스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카림 비타르는 전날 AFP와 한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권력은 아사드 대통령의 극소수 측근에 집중돼 있다"면서 "폐쇄적 구조의 이 세력은 내전을 계속하기로 선택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비타르는 그러나 샤아라 부통령 등 일부 고위 관리들은 반군과 정부군 모두 완전한 승리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22년간 외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샤아라 부통령은 지난 17일 현지 일간 알 아크바르와 인터뷰에서 무력 진압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방안을 선호한다면서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사드 대통령은 최후의 승리까지 군사 진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전하면서도 "정치적 대화가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아라 부통령과 견해를 같이하는 고위층 인사로는 알라위트파로서 아사드 대통령의 자문위원을 지낸 부타이나 샤반, 수니파 출신의 또 다른 부통령 나자 알 아타르 등이 있다.

지난해 3월 유혈사태 발발 이후 아사드 정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아타르 부통령은 "우리는 이번 내전이 승자나 패자 없이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주장했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