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내년에 360억원 이상을 들여 ‘힐링캠프’를 짓는 계획을 마련했다. 내달까지 전 계열사에 명상교재도 보급하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명상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길 예정이다. ‘쥐어짜기식 경영’보다는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고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는 ‘웰니스 경영’이 회사나 직원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중심 명상센터 건축

2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명상센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에버랜드와 명상센터 건립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361억원가량의 건축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1분기 117억7500만원, 2분기 4억8000만원, 3분기 164억4800만원, 4분기 74억6000만원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와의 계약을 미리 알려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공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상센터 착공 여부와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며 “거래 상대방과 계약 조건은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명상센터 건설을 위해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안재근 삼성디스플레이 전무에게 총괄 업무를 맡겼다. 안 전무는 충남에 있는 삼성의 천안·탕정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인허가 업무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탕정단지에는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여러 계열사가 모여 있다.

삼성은 우선 명상센터를 임직원이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시설로 만들 예정이다. 사내 연수원에서 업무나 기업 문화 관련 교육을 받는다면 명상센터에서는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론 강원 홍천에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4개 기업의 투자를 받아 만든 힐리언스는 일반인의 정신 건강 회복을 돕는 자연치유센터로 애용되고 있다.

◆전체 임직원 명상 교재 보급

삼성은 명상 교재도 보급한다. 이 박사의 조언을 받아 지난 7월부터 그룹 미래전략실이 온라인 교육업체 크레듀와 함께 5개월간 작업을 벌여 15분짜리 영상물 10개를 만들었다. ‘착한 명상’과 ‘세상을 바꾸는 웰에이징(well-aging)’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달부터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에 지급했고 다음달까지 그룹 내 전 계열사에 배포할 예정이다. 계열사별 내부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통해 명상 교재를 접할 수 있게 했다. 내년 하반기에 명상 교재를 추가로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은 올초 직원의 스트레스 관리를 돕기 위해 명상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장현갑 영남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신체나 정신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힐링 캠프는 기업 경영활동의 하나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부터 ‘힐링 워크숍’을 운영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이달 초에는 경기 양평의 한 리조트에서 사원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기치료를 했다. 대본 없이 상황만 주어지는 연극과 자기고백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워크숍에 참석한 문동철 매니저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며 “자연스럽게 동료와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인설/정성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