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고용률' 최우선 국정지표로…청년 창업 적극 지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숫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선 당시 제시했던 ‘747’(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 같은 숫자는 그의 공약에서 찾아볼 수 없다. “숫자는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정확히 지키기 힘든 약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게 한 측근 정책 참모의 설명.

이런 생각은 박 당선인의 일자리 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역대 정부마다 ‘일자리 000만개 창출’이라는 구호가 단골로 등장했지만 박 당선인은 일자리 관련 목표 수치를 제시한 적이 없다. 대신 그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고용률’(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11월 초 한 취업정보업체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고용률을 최우선 국정 운영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일자리 정보가 부족하고 또 기회가 안 닿는데 이 부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정부에서 매달 발표하는 실업률이 정확한 고용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반면 고용률은 실질적인 고용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고용률을 기준으로 일자리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정확한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63% 수준인 15~64세 고용률을 집권 5년 안에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U의 평균 고용률은 2011년 현재 70% 선이다.

박 당선인은 다만 일자리 정책을 펼 때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일자리 직접 창출은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내놓았던 공약에도 이런 원칙이 반영돼 있다. 청년실업 해법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이나 민간 대기업에 신규 채용의 일정 부분을 청년 채용으로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박 당선인은 반대 의사가 확고하다.

대신 청년층 창업을 정부가 지원해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에 목매지 않고도 스스로의 능력과 끼를 발휘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창업기획사’를 설립하거나 ‘청년창업펀드’를 조성하는 공약이 그런 것들이다.

다만 고용안정 정책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에 따라 이명박 정부보다는 정부 역할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정리해고 기준을 까다롭게 하거나 2009년 쌍용차 사태처럼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할 경우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정부 재원으로 특별예산을 지원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등이 그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중장년층 고용안정을 위한 정년 60세 연장 같은 몇몇 방안은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추진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박 당선인은 또 기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은 이미 고용없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친 만큼 새로운 개념의 융·복합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기술(IT)을 산업 전반에 적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면 자연스레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는 것으로 그가 강조하는 ‘스마트 뉴딜 정책’이 바로 그 개념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