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체 '단결의 힘'…26억弗 코닥 특허, 5억弗에 삼성·애플에 팔려
역시 경쟁보다는 협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됐다. 최대 2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던 필름제조사 코닥의 특허가 ‘반의 반’ 값에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등의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정보기술(IT) 기업들 간 경쟁으로 특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법원의 파산보호를 받고 있는 코닥은 19일(현지시간) 이들 12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디지털이미지 관련 특허를 5억2500만달러(약 5627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되는 1100개 특허는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달린 카메라에서 사진을 캡처하고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술과 △이미지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술 등 두 가지로 구성됐다.

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진 촬영과 이미지 저장의 핵심 기술이어서 지난 7월 매각 입찰이 시작되자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연합한 가운데 반대편에는 구글을 필두로 삼성전자와 LG전자, HTC 등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구성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특허를 확보하면 따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양측은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구글과 애플 진영 간 경쟁 탓에 입찰가 9억달러였던 노텔네트웍스의 특허가 5배 높은 45억달러에 매각된 지난해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마주보고 달리던 두 진영은 지난 8일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특허를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특허를 사들여 관련 사용료 수입을 올리거나 특허 침해 소송을 일삼는 ‘특허괴물’이 중재를 주도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애플 진영은 최대 특허괴물인 인텔렉추얼벤처스가, 구글 진영은 또 다른 특허괴물인 PRX가 대리했다. 경쟁으로 특허 매입료가 치솟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결과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