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도 중소형 개별주(株)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두고보세요. 올해 성과가 뛰어난 자산운용사가 내년에도 잘 할 겁니다. 가치주를 중심으로 하는 운용사들은 종목을 잘 선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체득하고 있습니다."

'제갈공명' 정인기 트러스톤 상무 "2013년도 중소형 개별주(株) 장세"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 3본부장(상무·사진)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간판펀드 '칭기스칸'과 '제갈공명'를 운용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올해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2위를 차지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정 본부장은 위기 장세에서는 '기다림의 미학'을 실천하면서도 장세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내며 펀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는 내년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한국형 가치주 펀드를 추구한다

"올 상반기에는 대부분 운용사들이 부침을 겪었기 때문에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상대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섣불리 대응할 경우 수익률이 예상 외로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올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 타 용사보�� 선제적으로 내수주 비중을 늘리며 대응했습니다."

정 본부장에 이러한 판단은 맞아 떨어졌다. 트러스톤이 두 번째 공모 주식형 펀드로 내놓은 '제갈공명'은 지난해 5월 설정된 이후 상위 10% 이내의 성과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3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일반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1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 본부장의 운용 비법은 3가지 투자 철학에서 나온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를 하고, 내재가치 이하에서 투자를 할 것. 또 펀더멘털(기초체력)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성장성이 높은 주식이라도 형성된 가격과의 균형을 중요시하고, 당장 주가가 하락한다해도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다면 믿음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가치주' 펀드의 운용 스타일이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보다 융통성 있는 전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동안 한국형 주식시장에 맞는 운용 법칙은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가치주 펀드를 마냥 추구하다보면 지수 상승기에는 수익률이 뒤쳐질 수 밖에 없거든요. 반면 성장주 펀드도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결국 성장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 "내년 유동성 랠리 펼쳐진다…중소형주 주목"

정 본부장은 내년에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하면서 채권 '전성기'가 마무리되고 주식 투자가 주목받는 시기가 올 것으로 판단했다.

정 본부장은 "외국인이 말 그대로 국내 주식시장을 통째로 사면서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우선적으로 실적보다는 자산가치가 낮게 평가된 주식들이 먼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상대적인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정 본부장은 "위기 국면에서 중소형주 밸류에이션에는 디폴트 리스크가 반영되지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이 리스크가 사라지게 된다"며 "유동성 장세에서는 모든 업종이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업종보다는 업종내 가장 좋은 주식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한 운용사가 이러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상대적으로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자들도 이미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이기 때문에 향후 10%대 기대수익률을 기대해도 좋다는 뜻도 된다"며 "다만 펀드 시장이 성장할 때는 운용사간 성과 차이가 보이지 않지만 이제는 운용사들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