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권에서 5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2~3년 전에 매물로 나온 빌딩들이 최근 매매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불황 장기화로 중소형 빌딩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빌딩중개업계를 중심으로 중소형 빌딩에 대한 ‘가격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형 빌딩 거래 잇따라

17일 빌딩거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서울에서 10여건의 중소형 빌딩이 새 주인을 찾았다. 반면 대형 빌딩의 경우 공급과잉 상태인 데다 매매 가격도 워낙 비싸서 손바뀜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 빌딩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공실률도 대형보다는 중소형이 적고, 임대관리도 수월하다.

카페베네는 최근 서울 청담동 영동대로 인근에 대지 495㎡, 연면적 5274㎡ 규모의 빌딩을 335억원에 매수했다. 이달 말 준공 예정이고, 사옥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한우구이집 박대감네 자리에 들어서는 새 빌딩도 350억원에 매각됐다.

삼성동 선릉공원 인근 놀부사옥도 180억원에 위즈정보기술에 팔렸다. 연면적 1만㎡ 규모의 반포동 삼우빌딩도 지난달 지지자산운용에 매각됐다. 역삼동 아남타워는 한 자산운용사가 506억원에 사들였다. 영등포동 두산인프라코어빌딩과 연건동 청호컴넷 빌딩은 각각 315억원, 235억원에 선주협회와 화광신문에 팔렸다.

최근 중소형 빌딩 거래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이 사옥으로 쓰기 위해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카페베네 위즈정보기술 등도 사옥 용도로 매입했다.

또 2~3년 전에 나온 매물들의 매매 가격이 올 하반기들어 10~20%씩 낮아졌다. 놀부사옥은 2년 전 240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그동안 매수자가 없었다. 준공되지 않은 건물을 도선매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도 빌딩 거래 활기 띨 듯

빌딩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 정상화 대책을 내놓기로 공약을 한 데다, 시중 풍부한 여유자금들이 빌딩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올 여건이 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외에 저금리 기조 지속,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 위축 등도 빌딩거래시장의 활력 요소로 꼽힌다. 빌딩정보사이트 알코리아의 황종선 사장은 “몇 년간 거래가 안 됐던 빌딩 매물들이 최근 주인을 찾는 것은 빌딩 가격에 대한 바닥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사옥용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과 금융기관은 자산운용 차원에서 빌딩매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100억원 미만의 소형 빌딩은 시세 차익과 상속 등을 염두에 둔 개인투자자들도 관심 대상이다. 자산관리업체 글로벌PMC의 김용남 사장은 “기업 구조조정용으로 나온 저가 매물들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며 “좋은 입지 매물을 추천해달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