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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 늘어도…'주 52시간 덫'에 걸린 K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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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강점 '납기 경쟁력' 상실

    집중조업 못 하니 거래무산 위기
    저가 앞세운 中으로 일감 넘어가

    고임금 가능한 연장근로 막히자
    신규인력 유입 끊겨…경쟁력 뚝
    경기 광주시에 있는 반도체 특수금형업체 직원들이 금형 가공작업을 하고 있다.  금형공업협동조합 제공
    경기 광주시에 있는 반도체 특수금형업체 직원들이 금형 가공작업을 하고 있다. 금형공업협동조합 제공
    부산에 있는 특수금형업체 A사는 연초 일본 자동차업체로부터 자동차용 알루미늄 금형 주문을 받았다. 50억원 규모의 제안이었지만 이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갑자기 늘리는 게 불가능해 6개월이란 납기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문 늘어도…'주 52시간 덫'에 걸린 K금형
    한국 금형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한국 금형산업 수출 규모는 30%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주문이 감소한 영향도 있었지만 최근엔 중국이 한국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와 일감을 싹쓸이한 영향이 크다.

    10일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금형산업의 수출액은 지난해 19억7000만달러로 2020년(28억8000만달러) 대비 31% 급감했다. 2020년만 해도 일본 금형업계의 쇠퇴로 그 수요가 대거 한국으로 넘어왔다. 이듬해엔 대일본 수출액이 3억5741만달러로 일본이 한국의 최대 금형 수출국이 됐다.

    하지만 시장을 잃는 건 한순간이었다. 2023년 일본에 대한 수출액은 2억1000만달러로 감소했다. 한때 수출 규모가 3억2000만달러를 웃돈 베트남 시장 규모도 3분의 2로 줄었다. 미국 자동차 부품 수요로 미국과 멕시코 수출이 급증하면서 하락폭을 메웠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납기 경쟁력’을 상실한 점을 한국 금형산업의 쇠퇴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금형산업의 최대 장점은 이른 납품 기한이었다. 경쟁국인 중국보다 단가가 비싸도 고객사가 여전히 한국 제품을 찾아온 이유였다.

    주 52시간 규제 전만 해도 한국은 금형 주문을 받으면 두세 달 동안 야근을 해가며 기한을 맞췄다. 고객사가 발주한 납품 기한보다 앞당겨서 ‘역제안’을 할 수 있는 게 한국 금형사의 최대 강점 중 하나였다. 이런 ‘납기 경쟁력’으로 일감을 따오고 많은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며 숙련공을 유지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이르게 납기를 맞추는 문화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납기 경쟁력 없이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을 이길 수 없었다. 신용문 한국금형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예전 같으면 5개월 내에 하던 일이 이제 6개월 이상 걸리니까 가격만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이전에 충분히 가져올 수 있던 일감도 못 가져오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능했던 ‘8시간 추가근로제’가 사라졌다. 한 금형사 대표는 “평소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더라도 일이 몰릴 땐 주 60시간 이상 일하면서 수당을 더 받아가고 싶어 하는 직원도 많다”며 “8시간 추가근로제는 그럴 때에 대비한 ‘보험’ 같은 제도였는데 이제는 없어져 손발이 묶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이 주 52시간 규제로 경쟁력을 잃는 동안 중국은 ‘제조2025’를 통해 뿌리산업을 전략 육성했다. 특히 금형산업의 신규 설비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여자금에 대해 50년간 분할상환을 허용했다.

    한 중견 금형사 대표는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 신규 투자를 늘리고 납기도 앞당기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으로 금형 발주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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