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 절벽(fiscal cliff)'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공화당은 3일(현지시간) 2조2천억달러 규모의 협상안을 새로 제시했다.

공화당은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을 통해 내놓은 안을 거부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을 상대로 한 1조6천억달러 규모의 세금 인상안을 6천억달러 상당의 연방 정부 지출 및 각종 공제 혜택 삭감과 맞바꾸는 내용의 안을 던졌었다.

이에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단계적 축소를 통해 8천억달러를 아끼는 방안도 포함됐다.

반면 공화당의 새 협상안은 1조4천억달러 상당의 연방 정부 지출 감축과 고소득층의 세금 감면 및 공제 혜택 제한을 통한 8천억달러 규모의 세수 확충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협상의 열쇠를 쥔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 제안이 백악관이 심각하게 고려해볼 가치가 있는 '믿을 만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베이너 의장은 "백악관과 행정부가 시의적절하고 책임 있는 방법으로 이 방안에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의 1조6천억달러 세금 인상안은 비현실적인 환상(la-la land)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새 협상안을 설명하면서 향후 10년간 8천억달러의 세수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또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등 사회보장 혜택을 최소한 9천억달러 감축하고 자유 재량권이 있는 임의성 경비 지출 축소를 통해 추가로 3천억달러를 아끼자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회보장 연금 수혜자나 은퇴한 연방 정부 근로자 등의 생계 지원액 증가분의 계산법을 소비자물가지수(CPI) 등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개정해 2천억달러를 더 확보한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가 1년 전 내놓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이 제안은 또한 메디케어 수혜자의 자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상향조정해 1천억달러를 아끼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베이너 의장은 서한에서 8천억달러 추가 세수는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경제를 해치지 않는 수준의 친 성장 세제 개혁과 탈세 방지와 공제 혜택 축소를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세제 혜택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안 등은 내놓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이후 공화당 안에 대한 반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재정 절벽은 올 연말까지 적용되는 미국의 각종 세제 혜택이 끝나 내년 1월1일부터 대부분 납세자의 세율이 치솟고 연방 정부도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지출을 대규모로 자동 삭감해야 해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 종료 및 세율 인상 등 이른바 '부자 증세'를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은 세율 인상보다 탈세 방지나 사회보장·공제 혜택 축소 등 세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