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지난 4월에 이어 또 발사할 것이라고 한다. 우주개발이라는 상습적 핑계를 대지만, 실상은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이다. 북한이 예고한 발사일은 10일에서 22일 사이다. 그 사이에 낀 북한 김정일 사망일(17일)은 한국의 대통령선거 이틀 전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기념하는 내부 단속용인 동시에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의 중요한 선거 때마다 북한은 이런 도발을 감행해왔다. 소위 ‘북풍’을 일으켜 한국 내 여론을 분열시키고 선거 결과를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알량한 전술이다. 북풍은 과거엔 보수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두 달 후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승리했다. 이번 미사일 소동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한 것인지, 또 궁박한 북한이 어떤 필사적인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한국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가당찮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김정은 체제 역시 김정일의 낡은 도발 공식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격식을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으로 최근 임명한 것만 해도 그렇다. 김격식은 북한 군부 내의 대표적인 강경파다. 언제든 무력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무모성을 보여줄 뿐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기대를 갖게 했던 미약한 변화의 조짐조차 결국 허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렇다 할 경제개혁 조치는 지난 1년간 단 한 건도 이뤄진 게 없다.

김정은 체제가 갖는 한계를 백번 이해해준다고 하더라도 군사노선으로는 북한경제가 단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도발이나 협박전술로 비록 몇 푼의 달러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난과 궁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북한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지금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계획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4일 안보 외교 등을 주제로 한 첫 TV토론에서 구체적인 대북 정책과 철학이 공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