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최근 철강·금속 화학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을 순매수하고 있다. 하반기 주식시장을 주도한 엔터테인먼트와 중국 내수주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낙폭 과대·소외 업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민감 업종이 저평가된 것은 맞지만 펀더멘털(기초 여건)의 지속적인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며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관, 경기민감주 순매수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26일부터 3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 화학 업종을 11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건설(759억원) 철강·금속(697억원) 업종 주식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는 포스코(126억원) 삼성엔지니어링(115억원)이 포함됐다.

기관은 LG화학(104억원) 금호석유(64억원) GS건설(61억원)과 조선주인 삼성중공업(56억원) 현대중공업(52억원)도 사들였다. 27일에도 LG화학(306억원) 현대중공업(242억원) 대림산업(231억원) 현대제철(225억원) 삼성엔지니어링(198억원) 삼성물산(176억원) 등 경기민감주가 대거 기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됐다.

◆초과 수익 내는 ‘대안’ 찾기

기관들이 경기민감 업종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주도주를 대신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들이 중국 내수, 엔터주 등을 대신할 ‘돌파구’를 찾으면서 소외된 업종을 보기 시작했다”며 “철강 건설 화학주의 3개월 주가 그래프를 보면 45도 각도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싼 값에 사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민감 업종의 저평가 매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코스피지수가 작년 연말 대비 현재 4.76% 상승했지만 유가증권시장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9.66% 떨어졌다. 화학과 건설 업종 지수도 각각 6.21%, 17.63% 하락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 기준 철강·금속 업종 주가이익비율(PER)은 지난해 말 9.98배에서 현재 9.23배로 하락했다. 화학업종도 11.60배에서 10.39배로 떨어졌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라면 주가 측면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기 트레이딩 관점서 접근해야

철강·금속 화학 건설 등 경기민감 업종이 연말 장에서 주도주로 나설 확률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집행하는 데 합의했고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경기민감주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순매수는 저가 매수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한 단기 트레이딩 관점”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소재·산업재 주식에 본격적인 기회가 온다면 내년 1분기 이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