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의 주가가 5년 동안 6분의 1토막이 났어요.”

상하이종합지수가 3년10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진 지난 27일. 한 모임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는 “중국 주식시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7년 11월 중국석유공사(페트로차이나)가 상하이증시에 상장할 때 주당 48위안에 주식을 샀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상장 2개월 만에 반토막이 되더니 이후에도 계속 떨어져 지금은 8위안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329억위안(약 24조원)의 순이익을 기록, 중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기업으로 뽑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석유공사가 상하이증시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회사가 상장할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가 넘었다. 현재 상하이증시의 평균 PER이 9.5배까지 낮아졌다는 점을 보면 공모가가 고평가된 셈이다.

공모가 부풀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한 기업의 평균 PER은 47배나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부풀려진 가격에 상장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궈슈칭(郭樹淸) 증권감독관리위원장이 첫 개혁과제로 IPO 가격 규제를 꺼내든 것도 이런 이유다.

상하이증시가 맥을 못 추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 보호는 생각하지 않고 유통 물량을 늘린 데 있다. IPO와 증자를 통해 유통주식수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급 균형이 깨졌다. 지난해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주식 유통 물량은 7019억위안어치에 달했다. 올해는 증시 여건이 악화돼 그 규모가 3983억위안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다. 12월에도 상하이증시에서 새로 풀리는 주식 물량이 1316억5100만위안어치나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상하이증시의 거래대금은 하루 300억위안대에 그치고 있다. 최고 활황기였던 2007년에 비해 7분의 1 수준이다. 거시지표 회복세에도 증시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주식을 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증시 부양을 위해서는 아예 1~2년간 IPO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시 회복은 경기가 아니라 시장 신뢰의 회복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