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하나 최선을 다했더니 지금은 CEO가 되었네요”

지난 21일 동국대서 열린 중소기업 CEO특강에서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www.Midasit.com)대표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27년전 ‘복사왕 이형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27년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회고했다. ‘행복성공을 여는 패스워드’란 주제로 1시간에 걸쳐 진행된 특강에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CEO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다”라면서 “이건회,정몽구 회장을 봐도 그런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복사왕 이형우

그는 행복한 성공의 첫단추는 ‘기회’라고 했다. “기회는 주어진 것을 내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대표가 잡은 기회는 뭘까. 27년전 그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대우조선해양의 복사가 그에겐 기회였단다.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직장에 들어갔는데 고작 복사일을 시키나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이왕 맡은 일이라면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복사용지가 자꾸 걸려서 주말에 거제도에서 부산의 복사업체를 방문, 복사를 잘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후로 제게 붙여진 별명은 ‘복사왕 이형우’였었죠”

복사에 정성을 기울였더니 기회는 이어서 찾아왔다. 담당부장이 해외여행서 책을 하나 선물해 준것. 당시 국내에는 없던 신기술이 담긴 원서였다. 그는 그 책을 밤을 새워 읽고 또 읽어 번역까지 하여 그 내용을 팀원들과 공유했다.

이로인해 팀장의 신임을 받게 된 이 대표는 전사원을 대상으로 강의까지 하게 된다. 게다가 외국기업 설계프로젝트를 맡는 행운이 따라왔다. 이 대표는 그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밤낮을 새워 프로그래밍을 공부했고 자동 설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이 대표는 “이때 개발한 설계 프로젝트가 지금 마이다스아이티의 모태가 되었어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가슴에 꿈 하나를 심게 되었죠.” 우리 기술SW개발로 기술독립을 이뤄야 겠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지금 마이다스아이티는 과학기술SW분야에서 꽤 유명한 회사가 되었다. 세계 최고층 부루즈 칼리파, 세계서 가장 긴 수퉁대교, 중국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이 회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되었다. 미국,중국,일본,인도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전세계 90개국에 건축공학 설계SW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입사경쟁률도 높아져 올 하반기엔 6800명이 지원 평균 200대1을 기록했다.

◆돈보다 가치를 좇아라

대우조선해양에서 4년의 경력을 쌓은 이 대표는 포스코로 전직을 하게된다. 그는 여기서 온몸을 던져 또 기회를 잡게 되었다. 당시 컴퓨터가 귀했기에 회사에 HW를 위해 286PC구입을 요구했더니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는 아예 자신의 퇴직금을 털어 청계천서 100만원짜리 PC를 구입한다. 그러나 또 SW가 없는 난관에 부딪힌다. SW구입하는데 1년이 걸린다는 것. 이 대표는 아내와 상의를 통해 전세계약금으로 SW를 구입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바쳐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 대표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회=f(노력,운)의 함수이기에 얼마나 헌신을 하는가에 따라 기회가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신의 수혜자는 결국 헌신자의 것이 되기에 세상은 공평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두 번째 성공 패스워드로 ‘자신의 강점 찾기’를 언급했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강점을 극대화 하면서 약점조차도 강점으로 극복한 사람들이라는 것. “단점과 약점을 고치려 말고 강점을 활성화하면 돼요. 다윗이 골리앗처럼 키가 크고 힘센것을 위해 운동만 했다면 오늘날의 다윗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대표는 말미에 자신이 평소에 존경하는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말한 3가지 천운을 꺼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그가 말한 3가지 운은 ‘가난-허약-무학(無學)’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재앙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그는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이처럼 삶이란 인생이란 화폭에 가치관이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대학생들에게 “돈을 중시하면 장사치밖에 못되지만 지혜와 명예를 중시하면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직업선택에서 눈에 보이는 돈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