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는 비운의 차다. ‘스웨덴 프리미엄’을 지향했지만 경영난으로 현재는 중국 지리자동차에 속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중국차’라며 볼보를 무시한다. 하지만 볼보는 그런 취급을 당할 만한 차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라면 인도로 팔려간 재규어랜드로버는 어찌해야 하나.

2013년형 ‘S60 D4’는 ‘스웨덴의 BMW’라 말하고 싶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는 BMW보다 볼보가 더 적합하다. BMW는 후륜구동이기 때문에 운전의 재미는 좋지만 비나 눈이 올 때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볼보는 전륜구동이다. 게다가 스웨덴은 우리나라보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다. 이런 환경에서 개발됐으니 우리나라에 더 잘 맞을 수밖에.

볼보를 스웨덴의 BMW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만큼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첩한 핸들링과 단단한 서스펜션, 가벼움 몸놀림은 운전의 재미를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2.0ℓ 5기통 싱글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돼 있어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낸다. 복합연비는 14.0㎞/ℓ, 구연비 기준 16.9㎞/ℓ로 22.1㎞/ℓ인 BMW 320d에 비해 떨어진다.

실내 디자인은 심플하면서 고급스럽다. 간결하지만 우아한 직선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는 볼수록 정돈돼 있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우드패널과 고급스러운 마감도 만족할 만하다. 2012년형에 비해 바뀐 점은 기어노브가 가죽에서 LED(발광다이오드) 내장형으로 교체되면서 좀 더 재미를 줬다는 것이다.

이 차를 시승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풍절음이다. 시속 120㎞를 넘어가도 풍절음이 들리지 않았다. 풍절음은 차가 달릴 때 바람이 운전석 옆 A필러 등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소음을 말한다. 디젤 엔진이라는 특성상 소음이 없을 순 없지만 전체적으로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저속 추돌사고 경감장치인 시티 세이프티와 사각지대 감시장치인 BLIS를 탑재했다.

다만 가격까지 BMW와 비슷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 좋게봐도 현재 BMW와 볼보는 브랜드 이미지나 회사의 입지 등에서 뚜렷한 격차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가격 경쟁력이 강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2012년형보다 낮춰 443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BMW 320d의 기본형인 ED 모델(4500만원)과 불과 70만원 차이다. BMW 320d ED 모델에는 스포츠모드가 있다. 볼보 S60 D4엔 없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