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 이상의 시를 춤으로 만난다.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극장 예술가시리즈 열두 번째 무대 ‘이상증후군’(사진)에서다.

국립극장 예술가시리즈는 국립극장 전속 단체에서 실력과 예술적 재능을 겸비한 우수 단원을 선정해 선보이는 창작 공연. 올해의 마지막 무대는 2003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으로 화려하게 등장해 후쿠오카 국제콩쿠르 1위, 나가노 국제무용콩쿠르 1위 등 각종 대회를 석권한 국립무용단 스타 무용수 조재혁(34)이 맡았다.

작품은 소설 《날개》(1936)의 첫머리인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로 시작한다. ‘오감도’ ‘선에 관한 각서’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시어들을 거쳐 ‘한 번 더 날아보자’라는 《날개》의 마지막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자의식 문학의 선구자이자 초현실주의적인 이상의 문학세계를 접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의 착란과 감동을 다룬다. 무용수의 몸에 펜으로 쓰고 그린 시어와 도형들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통해 살아있는듯 움직인다. 세 명의 음악 연주자는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 위를 누비며 때로는 침묵 속의 춤을, 때로는 소음 속의 텅 빈 공간을 만들어낸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속주를 시작하면 무용수들의 몸짓도 더 현란해진다.

‘ㄷ’자 형태의 구조물을 활용한 무대는 시시각각 변한다. ‘쉬어도 퇴장하지 않은 채 쉰다’는 규칙에 따라 70분 동안 무용가와 음악가 누구도 퇴장하지 않고 공간을 채운다. 안무가 박이표 씨는 “음악과 춤이 가능한 한 많이 충돌하고 이로 인해 즉흥적인 분출의 순간이 일어나길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2만원. (02)2280-4115.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