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자' '서울대 달력' '서울대와 공동연구'…"진짜 맞냐" 민원에 골머리
‘서울대 의자’, ‘서울대 미생물연구소 공동연구’, ‘서울대 달력’…. 서울대가 매년 서울대 명칭과 고유 표장(마크)을 도용해 제품 광고에 사용하는 업자들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악용 사례가 적발되더라도 시정 요청 공문을 보내 마무리했지만 민원이 끊이지 않자 소송을 통한 강력 응징에 나서고 있다.

26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7월 “서울대 명칭과 마크를 무단 사용했다”며 한 건강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지난 2일 승소했다고 밝혔다. 시정 요청 공문 대신 서울대 명칭 사용을 놓고 소송을 제기한 건 이례적이다. 끊이지 않는 민원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서울대가 본보기로 소송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 것.

이 업체는 지난 5월 신문광고로 자사 건강식품을 홍보하면서 ‘서울대 미생물연구소 공동연구’라는 허위 사실과 서울대 마크를 무단 게재했다. 서울대는 “이 업체와 2003~2005년 협력 연구를 하긴 했지만 서울대가 연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영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당시 계약에 서울대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해당 업체에 서울대 측이 입은 피해액을 변상하되 우선 1억원을 지급하라고 1심 무변론 선고를 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09년부터 본격적인 상표 관리에 들어갔다. 매달 두어 건 정도였던 민원은 올해 한 달에 3건꼴로, 지난 10월 말 현재 30건으로 늘었다. ‘서울대학교’나 ‘SNU’ 등 서울대를 상징하는 명칭과 마크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과 상표법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에 접수된 민원은 ‘제품에 서울대 마크가 있는데 진짜로 서울대에서 만든 제품이 맞느냐’, ‘동네에 새로 개업한 의원 간판에 서울대 마크가 있는데 서울대 출신이 맞나’ 등이 주를 이뤘다. 민원을 접수하면 실사에 들어가 서울대 상표를 침해한 것이 확인될 경우 시정 요청 공문을 보냈다. 대개 공문 발송 정도로 끝났다.

산학협력단 한 전문위원은 “‘서울대 의자’라는 것이 시중에 판매되자 이를 사용한 소비자가 품질을 문제 삼아 서울대에 항의 전화를 해온 일도 있었다”며 “병·의원의 경우 경쟁 의원에서 확인 전화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해 서울대 마크를 사용하는 의대 동문들에게 사용료를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동문들의 거센 반발로 뜻을 접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