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에 하려고 했던 보증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신보) 이사장(사진)은 26일 “저성장 시대에 경기 악화라는 악재가 겹쳐 기업들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보의 지난 10월 말 기준 보증 잔액은 39조5571억원이다. 안 이사장은 “보증 잔액이 두 달째 정체 상태”라며 “연말까지 당초 목표인 40조원을 채우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보는 연초 올해 보증 잔액 목표를 39조5000억원으로 설정했지만 경기 침체 지속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지난 8월 목표를 40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안 이사장은 “보증 규모를 늘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싶지만 보증을 받으려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경기가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통상 경기 침체 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힘든 기업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보증 신청을 늘리지만 올 하반기 들어서는 보증 수요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보의 보증을 받은 기업은 지난해 말 23만3827곳에서 10월 말 23만1912곳으로 오히려 2000곳 가까이 줄었다.

안 이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위한 담보력과 자금이 부족함에도 경기 악화와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투자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이 저리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보의 ‘온라인 대출장터’를 적극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보가 지난해 1월 선보인 역경매 방식 ‘온라인 대출장터’는 지난 10월까지 약 2조560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대출 금리는 평균 연 5.56%로 역경매 방식 도입 전 평균 연 6.22%보다 0.66%포인트 낮아졌다.

역경매 방식 대출이란 신보의 보증을 받은 기업이 대출 희망액 등을 온라인으로 입력하면 은행들이 금리 등 조건을 제시하고, 기업은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선택해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안 이사장은 그러나 보증심사 조건을 무턱대고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