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결정됐다. 이제 관심은 일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일본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연내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새로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의원 해산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총리 교체 작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주요 정당들은 이미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선거 공약집을 만들고, 지역별 중의원 후보를 정하느라 분주하다. 언제 총선을 실시할지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연례 행사처럼 치러지는 일본의 총리 교체. 이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형식으로 풀어본다.

Q) 일본 총리는 언제 바뀌나?

A)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행정수반인 내각총리대신(총리)이 국회에서 선출된다는 의미다. 대통령제와 달리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총리 교체 일정은 항상 유동적이다.

총리 선출 과정은 대통령제에 비해 다소 복잡하다. 일반적으로는 의회가 내각불신임안을 제시하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조치로 맞불을 놓으면서 새로운 선거가 시작된다. 의회는 행정부(내각)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내각불신임안을 의결할 수 있다. 총리를 포함한 주요 장관들에게 모두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공격을 받은 총리는 중의원 해산이라는 카드로 되받아친다. 선거를 통해 의회를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뜻이다. 총선 결과가 나오면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 자리에 앉는다.

Q) 내각불신임안 의결을 통해서만 총선이 실시되나?

A)
그렇지 않다. 여야간 합의에 의해 총선이 실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20% 룰’이다. 내각 지지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면 새로 선거가 치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권 유지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하면 야당의 정권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여당도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야당의 총선 실시 요구에 응하는 게 보편적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정권도 대부분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진했다. 2007년 출범한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은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뒤 4개월 만에 물러났고, 그 다음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은 8개월 뒤 사퇴했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이런 전통은 이어졌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와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은 20% 선이 깨진 뒤 각각 6일과 2개월 만에 퇴진했다. 노다 내각의 마지노선은 이미 무너졌다. 모든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

Q) 노다 총리가 총선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는?

A)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현재의 지지율이 너무 낮다. 지금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정권을 내줄 게 분명하다.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반등한 다음에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서 여러모로 무리수를 둔다.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영유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잠깐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일감정이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곧바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최대 야당인 자민당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버티기 작전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자민당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을 오르내린다. 수치상으로는 민주당의 두 배에 달하지만 다수의 국민이 자민당을 지지한다고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점도 총선 카드를 선뜻 꺼내들지 못하는 이유다. 중의원을 해산하기 위해서는 총리가 각료 전원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각료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만 끌 수는 없다. 현 중의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8월엔 자동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계속 미적거리다가는 지금보다 더 인기를 잃은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지도 모른다. 일본 언론의 표현처럼 “앞으로 나가도 지옥, 뒤로 물러서도 지옥”인 상황이다.

Q) 민주당 인기는 왜 이렇게 떨어졌나?

A) 2009년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뺏을 당시에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장밋빛 공약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각종 복지혜택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 수당’이 대표적이다. 월 1만엔 수준인 수당을 2만6000엔(약 35만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연간 16조8000억엔(약 23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막상 정권을 잡고 보니 여의치 않았다.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어린이 수당은 초기에 반액만 지급하다 올해부터 월 1만엔으로 줄었다.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한 공약도 거짓말이 됐다. 올해 민주당은 야당과의 합의를 통해 현행 5%인 소비세율을 2014년 4월에 8%,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최근엔 장관들마저 잇달아 사고를 쳤다. 다나카 게이슈(田中慶秋) 전 법무상은 야쿠자 간부와 관련된 것이 드러나 임명된 지 3주일 만에 물러났고,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문부상은 ‘설립 요건상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대학의 신설을 불허했다가 ‘폭주 장관’이라는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Q) 일본 정계에 ‘제3세력’이 뜬다는데?

A) 집권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민당의 지지율은 서로 합쳐봐야 50%가 채 되지 않는다.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만큼 높다. 제3세력의 핵심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가 추진하는 신당이다. 지지율도 만만찮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일본유신회는 12%, 이시하라 신당은 9%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자민당보다 뒤지지만 민주당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시하라 전 지사는 최근 한 방송에서 “일본유신회 등과 함께 이달 중 우익정당 연합을 결성해 다음 총선에서 100석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중은 어떻게
美 '승자 독식' 한표라도 이긴 후보에 몰표… 中 '계파 안배' 5년마다 지도체제 물밑 타협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미국과, 지도부 교체를 위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있는 중국도 독특한 최고지도자 선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의 일본이나 단판 승부로 대통령을 뽑는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 대선 절차는 상당히 복잡하다. 일단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표선수를 뽑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보통 연초에 시작해 6개월 정도 이 과정을 거친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는 주별로 실시되고, 운영방식에 따라 프라이머리와 코커스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코커스는 당원만 선거권을 갖지만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당내 대표를 뽑는 예비선거를 프라이머리로 치를지, 코커스로 할지는 각 주가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과거에는 코커스가 대부분이었지만 1960년대 들어 비민주적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프라이머리를 채택하는 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선택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부통령 후보와 함께 전국을 돌며 전당대회를 연다.

최종 종착지인 대선 당일은 정확하게 말해 대통령을 직접 선택하는 게 아니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뽑는 날이다. 미국 대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다. 이들은 해당 주의 선거권자들이 선택한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게 된다. ‘승자독식 시스템’인 셈이다.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중앙위원을 새로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이 결정되고, 마지막으로 최고 수장인 총서기가 선택된다. 중국 공산당의 정치국 위원은 25명이며 상무위원은 9명이다. 당권을 장악한 총서기는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 주석과 군 통수권을 가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겸임한다. 국민이 아닌 당원들이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시스템이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실제로는 각 정파와 원로들의 타협을 통해 핵심 권력층이 결정된다. 현재 중국은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과 후진타오가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 그리고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을 구심점으로 한 태자당 등 3개 계파가 정치파벌을 형성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