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도 안 남았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그래서인지 매년 이맘때만 되면 두통을 호소하는 수험생들이 부쩍 늘어난다. 청소년기에 생기는 두통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흔한 것은 긴장성 두통인데, 지나친 근육의 긴장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집중해 공부를 하거나, 시험을 치고 난 뒤 느끼는 두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피곤이 쌓였을 때 자주 생긴다. 평소에 두통으로 고생한 적 없는 수험생이 시험이 가까워지면서 두통을 자주 호소한다면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주로 양측성인데, 머리 전체에 두통이 나타나거나 이마나 뒷골에 둔한 통증의 형태로 찾아온다. 오후 늦게 증상이 나타나고 일반적으로 수면을 방해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은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가끔씩 머리가 조이면서 꽉 찬 것처럼 느껴지거나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동반되는 사례가 많다. 심한 경우 일반적인 진통제가 전혀 듣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럴 경우 잠시 하던 공부를 멈추고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강박적인 생활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된다. 두통이 심해 견디기 힘들 때는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데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의 가벼운 진통제가 적합하다. 반응이 없을 때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계통의 약물이 필요한데, 이런 때는 방치하지 말고 가급적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편두통 또는 혈관성두통도 청소년기에 흔하게 찾아오는 질환이다. 편측 또는 전체적으로 욱신욱신하는 박동성의 통증이 특징이다. 구토가 잦고 빛이나 소음에 과민해진다. 두통이 시작되기 전 눈앞에 별빛이 반짝거리는 등의 시야 장애가 나타나고 신경질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물론 이런 증상 없이 두통이 오는 경우가 더 많다. 편두통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오랜기간 계속되는 질환으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가끔은 뇌종양이나 뇌막염 등이 두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갑자기 통증이 극심하게 찾아오거나 점차 심해지는 경우, 또 두통 이외의 다른 증상, 예컨대 고열을 동반할 경우 심각한 질병의 일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수험생이니까 당연히 두통이 오는 것이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고 신체 밸런스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건 <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