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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에코웨딩과 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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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결혼한 10쌍 중 1쌍은 국제결혼…더불어 사는 성숙한 사회 만들어가야

    윤승준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 >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 집에 들어서다가, 얼마 전 결혼해서 이웃에 살고 있는 딸아이와 마주쳤다. 딸은 ‘예쁜 도둑’이라더니 내가 좋아하는 밑반찬까지 털어가는 중이었다. 냉장고를 다 비워도 좋으니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뤄 나가길 바랐다. 모든 아비들이 비슷한 마음일 게다.

    결혼은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출발을 가족과 이웃이 따뜻하게 축원해주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리라 본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매년 10월 코엑스에서 친환경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에코웨딩 행사도 연다. 새 출발을 하는 부부가 녹색생활을 실천하고,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며 녹색가정을 꾸밀 수 있도록 권장하자는 뜻이다. 청첩장은 콩기름으로 인쇄하고, 음식도 우리 땅에서 난 유기농산물로 준비한다. 부케는 뿌리를 자르지 않은 식물로 만들어 나중에 화분에 옮겨 담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유해물질이 적은 친환경 장롱이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TV를 혼수품으로 드리기도 한다.

    며칠 전 에코웨딩 행사에서 다문화 가정 주례를 섰다. 한지로 만든 면사포의 주인공은 27살 된 필리핀 신부였다. 영어학원 강사를 하는 남편은 48살이니 20년 넘게 차이가 난다. 사연은 이랬다. 마닐라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던 신부는 5년 전 인터넷 채팅으로 신랑을 만나 결혼했다. 이제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이 부부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려고 했지만 형편이 여의치 못했다. 지금은 몸이 불편한 팔순 시어머니를 모시고 반지하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시어머니가 눈감기 전에 아들의 결혼식을 꼭 보고 싶다는데 마침 필리핀 친정 엄마가 딸을 보러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는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 주례를 자청했다.

    지난 5년간 부부가 쌓아온 세월과 그 세월 속에 고스란히 담긴 사랑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게 결혼생활인데, 하물며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평생을 떨어져 살아온 두 사람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내 관점에서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고 ‘한국에서는 저렇게 자라는구나’, ‘필리핀에서는 저렇게 교육을 받는구나’ 이렇게 배우자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사람 중 9%가 넘는 3만여 쌍이 국제결혼을 택했다고 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학교나 밖에서 만나는 일도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 사회도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맞춰간다면 누구와도 살 수 있다고 본다. 깊어가는 가을, 다문화 가정의 에코웨딩 주례를 서면서 더불어 어울려 사는 성숙한 친환경 사회를 꿈꿔 봤다.

    윤승준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oonsj@keit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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