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0조원을 넘나드는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로 떠올랐다. 정부당국이나 대선후보들 역시 이의 해법을 모색하면서 하우스푸어 대출자나 채무이행 불능자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가계가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것 외에 다른 해결책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며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용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장 필요한 응급처방과 더불어 보다 근본적인 소득 및 고용 증대 방안들이 모색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 다함께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우선 금융회사 및 관공서 중 개인서비스 관련 부서의 토요 연장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맞벌이 가구나 싱글가구가 많아서 주중에 은행이나 민원업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은행이나 구청, 주민센터 등에서 토요일 반나절 정도 근무한다면 국민들이 평일에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를 편안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며 평일 업무량이 분산돼 직원의 평일 정시퇴근이 더 원활하게 이뤄지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다. 토요일 업무를 하게 될 때 은행, 증권사, 관공서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 세대를 활용하거나 평일 업무를 분산(잡 셰어링)함으로써 신규 고용인원을 늘리는 효과를 얻도록 계획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중 내내 근무한 직원들이 무보수로 토요일까지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은행이나 관공서가 토요일에 근무하면 일반기업체, 특히 중소업체에서도 토요일 휴일근무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토요일 업무는 개인 대상 업무에만 국한해서 관공서의 경우 민원 관련 업무, 금융회사의 경우 개인 예금 및 대출 상담, 각종 금융상품 및 자산관리 상담 등에 국한한다면 이들 기관의 수지에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저소득 자영업자들, 특히 자기 가게도 없이 좌판이나 행상을 하는 상인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야시장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각국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마다 엄청난 규모의 야시장들이 발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동대문 등 야시장이 발달한 곳이 없지 않다. 여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야간에 많은 영세상인들이 장을 벌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예를 들어 한강 둔치를 비롯해 야간에 교통차단이 가능한 거리)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할 것이고 최근 늘어나고 있는 외국 관광객에게도 또 다른 볼거리와 쇼핑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나 공공기업 차원에서 더 이상 직접적인 복지서비스를 줄이고 그 재원을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하철의 경우도 노인들에게 무료로 무제한 이용하게 하기보다는 일정 횟수로 무료탑승을 제한하거나 탑승 시 소액이라도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대신 그 재원을 갖고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 지하철 매표 및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공하는 쪽으로 돌리는 것이 올바른 노인지원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역내의 유인매표소나 승강장에 있던 매점들도 갈수록 기계로 대체되고 있는데 이 역시 기계화를 서두르기보다는 노인이나 부녀자 가장 등을 고용하는 게 좋다. 이런 방안이 일자리 제공은 물론, 매점의 경우 지하철공사 매출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나 자동화, 무인화를 서둘러서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결과 소득이 줄며 내수가 침체되는데도 IT강국(실제로 벤딩머신이나 무인매표기는 첨단기술도 아님), 업무효율화만 내세우고 있다.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드는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의 각 분야에서 근시안적이고 즉각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을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사회전체의 공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박영규 <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ykp@skk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