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1천만 돌파…CJ 110억 벌었다
올 들어 두 번째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가 21일 관객 1004만명을 모아 729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극장 측과 배급사인 CJ E&M 영화부문(대표 정태성) 측은 이 금액에서 부가세 10%(73억원)와 영화발전기금 3%(22억원)를 뺀 633억원의 절반(317억원)씩을 나눠 갖는다. 배급사 측(투자사 및 제작사 포함) 순익은 317억원에서 총제작비 93억원을 뺀 224억원. 이 작품을 자체 개발한 CJ는 배급수수료 10%를 포함한 투자 및 제작 지분까지 순익의 50% 수준인 110억원 안팎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광해’의 성공은 지난 8월 ‘도둑들’(1302만명)에 이어 한 해 두 편의 1000만 관객 시대를 처음 연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올 들어 400만명 이상을 모은 영화들도 ‘댄싱퀸’(409만명) ‘범죄와의 전쟁’(468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명) ‘건축학개론’(410만명) ‘연가시’(451만명) 등 8편에 달한다. 그동안 400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연간 5편이 최대였다.

올 들어 이날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1억5335만명으로 지난해 전체 관객 수인 1억5972만명에 육박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연말까지 관객 수가 한국영화만 1억명, 외화를 합쳐 총 1억8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 최전성기로 꼽히던 1969년의 총 관객수(1억7000만명)를 깨는 기록이다.
광해 1천만 돌파…CJ 110억 벌었다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30~40대가 강력한 티켓파워로 부상했다는 점을 먼저 꼽는다. ‘광해…’는 맥스무비의 예매율 기준으로 30대가 41%, 40대 이상이 32%, 20대가 25%를 차지했다. CJ 관계자는 “원래 극장가의 티켓파워는 10~20대가 주요 계층인데 30~40대로 확장됐다”며 “1990년대 영화를 많이 보던 20대들이 30~40대로 성장하면서 영화시장의 주 관객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의 역설’이다. 1988년 할리우드 직배사의 국내 진출을 허용한 데 이어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스크린쿼터를 연간 106일에서 73일로 축소했다. 생존 위기에 몰린 영화인들은 국내 관객들에게 더 적합한 스토리를 개발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명보극장을 운영했던 원로영화인 신영균 씨는 “스크린쿼터에 안주했더라면 한국영화의 품질을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개방과 경쟁체제가 오히려 약이 됐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의 확산도 주효했다. 1998년 CGV강변 개관 이래 지난해 말까지 전국 292개관 1974개 스크린으로 멀티플렉스가 확대됐다. 도심에만 있던 극장이 주택가로 파고들었고 불결하던 극장이 청결한 오락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영화 진흥정책 또한 성공적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0년부터 영상펀드를 결성해 지난해 말 40개의 영상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1112억원의 종잣돈에 민간자금 등을 합친 총 규모는 5158억원으로 불어났다. 펀드자금은 위험이 있더라도 수익성이 있는 작품에 과감하게 투자됐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은 “일본과 중국이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우리의 펀드사업을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등 한국의 진흥책이 각국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