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용산역세권개발…양대주주 경영권 극한대립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주)(이하 AMC)의 최대 주주 롯데관광개발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지 못할 경우 AMC 파견 직원을 모두 철수시킬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AMC에 파견된 코레일 직원은 전체 인원(77명) 중 22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이 철수하면 AMC에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2조4167억원의 ABS(자산담보부채권) 등에 대한 해결이 어려워져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무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코레일 측 이사진과 직원파견 관련 사항은 사업 협약서와 30개 주주사 간 협약에 명시된 내용이어서 취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형 개발사업이 무산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용산 사업에서 직원 빼겠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는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관광개발의 AMC 지분(71%) 가운데 옛 삼성물산 몫인 45.1%를 코레일로 넘기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어서 최악의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AMC는 드림허브의 개발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해주는 회사다.

코레일 관계자는 10일 “롯데관광개발이 보유 중인 AMC 지분 45.1%는 제3 투자자가 유치될 때까지 임시보유하는 형식”이라며 “롯데관광개발이 주도하는 AMC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코레일 측에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코레일 직원 철수는 용산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림허브에 파견된 코레일 측 이사(3명)도 이사회 부결 시 사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롯데관광개발 측은 “코레일이 제3 투자자를 유치해오면 언제든지 반납할 의사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내놓으라고 하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며 “현행 내부 규정에도 롯데관광개발이 소유하는 데 문제가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극한 대치로 인해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드림허브는 당장 오는 12월16일 ABS 이자 145억원을 막아야 한다. 코레일의 협조가 없는 상황에서 롯데관광개발의 신용만으로는 만기연장이 어려울 것으로 출자사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럴 경우 시행사는 부도에 빠질 수도 있다. 드림허브는 올초에도 8500억원 규모의 ABS 채권만기가 돌아오자 코레일의 신용제공을 통해 연장했다.

○자금 조달 둘러싼 ‘상호 불신’이 원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경영권 갈등은 자금 조달을 둘러싼 ‘상호 불신’이 핵심 원인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최근 “많은 금융회사와 조율해본 결과, 5조6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비(3조원)와 건물 공사비(2조원 이상) 등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코레일 측은 “시행사가 건물·상가 계약률 80~90% 보장, 지급보증 등의 약속을 해줄 때나 대출이 가능하다는 금융사 실무진의 ‘단순 의견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외환은행도 “드림허브에 제공한 것은 단순한 대출 제안서일 뿐 확약서가 아니어서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나

실타래처럼 꼬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갈등은 한쪽이 물러나야 끝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단은 이번 이사회에서 출자사들이 중재를 통해 시행사 부도를 막기 위해 노력한 다음 시간을 갖고 이후 해결책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총사업비 31조원대의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AMC에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건설사 관계자는 “역량있는 건설 투자자가 AMC에 가세해 개발 노하우를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선/이상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