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건전재정포럼’이 26일 출범한다고 한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도하는 이 포럼에는 강경식 이헌재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 역대 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관료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다보니 ‘나라가 이상하게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많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포럼이 탄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강 전 장관 말마따나 복지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을 보면 나라 걱정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낸 통계자료를 보면 올해 국가채무는 4년 전보다 47.5% 늘어난 44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자비용만 20조원을 넘어 국민 1인당 43만원꼴이다. 조세연구원은 최근 ‘장기재정전망과 재정정책 운용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복지제도와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저출산·고령화 변수만 고려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50년이면 128.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 120%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니 전직 관료들이라고 어찌 나라 걱정이 안 되겠나. 재정건전성을 주문하는 이들의 말은 백번 맞다. 어제 재정부가 마련한 전직 부총리·장관 초청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훈수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전직 관료들까지 나서 정치권을 질타하는 게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강 전 장관은 “국가 예산을 다루는 관료들은 정치권과 싸워서라도 곳간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일했다”고 했다. 관료의 책임감을 강조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관료 공화국적 발상일 수도 있다.

문제가 있다면 정치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고 전직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혹시 정부가 제멋대로 국회를 다루던 시절을 회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정치는 개혁돼야 마땅하지만 관료는 민주적 통제를 받는 그런 하부 조직에 불과하다. 관료 대(對) 정치라는 것은 듣기에 따라서는 구시대적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