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첫 라운드 돌입…오버파 우승 전망도

'거친 자연과 싸워 이긴 자만이 우승컵을 들 수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장(파 72·6천660야드)에서 개막된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의 향방은 영국 링크스 코스 특유의 거친 자연환경과의 승부에서 갈릴 전망이다.

이날 오전 첫 라운드에 돌입한 144명의 선수들은 세찬 바닷바람과 궂은 날씨, 깊은 러프 등 자연환경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것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가 열리는 로열 리버풀 골프장의 시속 40km를 넘나드는 강한 바닷바람은 경기 성적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 골프장은 1869년에 개장돼 잉글랜드에서는 두 번째로 오래된 링크스 코스다.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 골프장 주변 최대 풍속은 시속 48k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 미리 도착해 프로암 대회와 연습 라운딩을 했던 선수들은 강한 바람을 직접 체험하고서 한결같이 혀를 내둘렀다.

이에 따라 올해 대회에서는 오버파 우승자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09년 대회 우승자 카트리오나 매슈(스코틀랜드)는 "연습라운드를 해본 결과 대부분 파 5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이르지 못했다"며 "바람이 센 것도 문제지만 바람의 세기를 종잡을 수 없는 게 더 문제"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악조건이라면 우승자의 스코어가 8오버파에 이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는 "연습라운드 1번 홀에서 세 차례 시도한 샷이 강한 바람 때문에 모두 러프에 빠졌다"며 "지금까지 경기해 본 골프장 가운데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말했다.

대회 3일 전부터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하며 감각을 끌어올린 서희경은 "그린 위 퍼팅도 바람에 밀릴 정도"라며 "바람의 영향을 덜 받도록 무조건 낮은 샷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바람과 함께 깊고 빽빽한 러프도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2006년까지 브리티시오픈만 11차례 치른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은 3년 전 재단장 작업을 거치면서 코스는 길어지고 굴곡이 많아져 러프 공략은 한층 어려워졌다.

러프가 워낙 거칠고 페어웨이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스탠스 확보도 어려워서 정교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폴라 크리머(미국)는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러프에 들어가면 탈출이 어려워 경기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2005년에 이 골프장 커티스 컵 경기를 치른 경험 있는 미셸 위는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현재의 골프장 세팅은 선수에게는 끔찍한 수준"이라며 "어려운 여건인 만큼 충분한 아이언 거리 확보와 창조적인 경기 운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리버풀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