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재판'서 재미본 애플, 갤럭시S3·노트도 소송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미국 배심원단으로부터 ‘완승’ 평결을 얻어낸 애플이 1주일 만에 또다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번 소송에서 ‘디자인’ 특허 침해를 제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편리한 사용’과 관련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특허를 문제 삼았다.

◆“특허 8종 침해” 주장

'동네 재판'서 재미본 애플, 갤럭시S3·노트도 소송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3(2개 기종)와 갤럭시노트, 태블릿PC인 갤럭시노트 10.1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장을 냈다. 지난 2월 ‘갤럭시 넥서스 등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낸 소송 대상 품목에 4개 기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소했다.

애플은 갤럭시S3 등의 외관이 아이폰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는 디자인 특허 침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트레이드 드레스(다른 제품과 구별되는 독특한 외형이나 느낌) 개념을 적용해도 갤럭시S3 등은 아이폰과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애플은 UI 특허 침해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애플이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8건으로 △밀어서 잠금 해제 △전화 또는 이메일 자동검색 후 터치 한 번으로 발송 △부재중 전화 관리 △그래픽 UI에서 최근에 입력·사용한 내용 제시 등이다. 지난번 미국 배심원단 평결 때는 들어 있지 않던 특허들이다.

◆판금조치 이어질 듯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8건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스마트폰에 대부분 적용된 기술들이다. 특히 ‘데이터 태핑(문서에 포함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술)’은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가 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도 마찬가지다.

‘통합 검색’ 기술은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공방 때 미국 법원이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한 기술이기도 하다. 법원이 애플의 특허권을 모두 인정하면 안드로이드 진영은 막대한 로열티를 내면서 제품을 팔 수밖에 없다.

애플은 조만간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 ‘갤럭시S3가 통합검색 및 데이터태핑 등 2건의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목록에 포함시켜 줄 것을 신청한 적이 있다. 당시 법원은 판매금지 신청을 따로 제기하라며 애플의 요청을 기각했었다.

삼성전자는 소송 판결이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으로 경쟁사 퇴출?

애플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한 것은 ‘미국 법원의 힘을 빌려 삼성전자를 시장에서 쫓아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2.3%의 점유율로 1위에 오른 삼성전자(애플은 17.2%로 2위)를 ‘모방회사(카피캣)’로 몰아붙이고 있다. 애플은 오는 12일께 아이폰5, 내달 중 7인치대 태블릿PC 아이패드미니를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의 이 같은 행보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이 아닌 소송으로 매출을 올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영이론 전문가 비벡 와드화는 31일 워싱턴포스트에 ‘애플이 항소심에서 삼성전자에 져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나는 애플의 열렬한 팬이지만 애플 승리는 정보기술(IT)업계의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아이디어를 취하고 지속적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생태계에서만 혁신은 이뤄진다”며 “그렇지 않으면 신생 기업은 애플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나 ‘특허 괴물’과의 다툼으로 인한 파산 걱정에 시달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