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삼성동에서 개장한 ‘호텔더디자이너스’ 객실에 들어서면 독특한 벽면과 가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거리 낙서를 벽면에 적용한 ‘그래피티 룸’, 영국 국기로 장식된 ‘비틀스 룸’, 필름 카메라 등을 배치한 ‘폴라로이드 스튜디오 룸’ 등 90개 객실을 디자이너 5명이 각자 다른 디자인으로 꾸몄다.

안재만 호텔더디자이너스 지배인은 “특급호텔보다 저렴하면서 호텔급 서비스를 모두 갖추고 있어 해외 관광객은 물론 파티를 즐기는 젊은층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톡톡 튀는 부티크호텔 인기

16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건물 내외부 디자인이 돋보이는 ‘부티크호텔’이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부동산 투자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티크’란 본래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를 나타내는 용어다. 부티크호텔은 각 객실과 로비에 특색 있는 디자인 개념과 인테리어를 적용한 중소호텔을 뜻한다. 호텔업계에서는 ‘갤러리 호텔’ ‘컨셉트 호텔’ ‘디자인 호텔’ 등으로도 부른다. 특급호텔이 갖춘 레스토랑, 바, 피트니스센터 등의 일부 시설을 없앤 대신 로비 곳곳에 예술작품이나 조형물 등을 설치, 볼거리를 늘렸다. 객실당 숙박비는 10만~20만원대로 기존 비즈니스호텔과 비슷하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호텔의 밋밋한 디자인을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묻어나도록 꾸민 게 특징이다.

인기가 높아지자 대형 호텔체인과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부티크호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임피리얼호텔이 2010년 서울 이태원 ‘IP부티크호텔’을 개장했고 지난 1월 경기도 안양에서는 어반부티크호텔이 문을 열였다.

IP부티크호텔 관계자는 “로비와 엘리베이터에도 예술 작품 등을 전시해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였다”며 “140여객실의 예약률이 90%를 넘고 성수기나 주말엔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인테리어 업체 까사미아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사의 인테리어를 적용한 부티크호텔 ‘라 까사’를 열었다.

◆신축·리모델링 부티크호텔 속출

하반기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티크호텔의 신축·리모델링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서울·수도권에서 특급호텔을 지을 만한 큰 땅은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호텔더디자이너스’는 하반기 서울 홍대 앞 거리에 부티크호텔 2호점을 열고 내년 을지로와 군자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서울 논현동 도산대로변의 디오리지날타워가 부티크호텔인 ‘호텔 디오리지날’로 리모델링해 문을 열 예정이다. 유명 호텔 체인인 랭함도 최근 서울 홍대 인근에 300실 규모의 부티크호텔과 문화관 복합 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 명동 세종호텔도 ‘도심 속 갤러리&부티크호텔’ 컨셉트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외국인 관광객 숙박난 해결을 위해 부티크호텔 같은 중소호텔 건립을 권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객실 수 제한 등 중소규모 호텔 신축 때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며 “부티크호텔 건립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