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얼굴에 주먹질을 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다. 이 말은 국가와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유럽의 해상권을 장악했던 스페인은 유럽 대륙의 종교개혁, 계몽주의 등 근대적 변화를 외면한 채 낡은 봉건제를 고수하다 몰락했다. 1등 기업이었던 제너럴모터스, 블록버스터 비디오, 닌텐도 등은 성공이 불러온 자만에 빠져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플랜 A’만 엄격하게 고수하다가 진화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례다.

《승자의 편견》의 저자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는 미국 코드 컨설팅그룹 최고경영자(CEO)로 GE에너지, 클로록스 등 수많은 기업에 창의적 전략과 혁신 방법론을 제시해온 경영사상가다. 이 책의 원제 ‘플랜 B’를 강조해온 저자는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21세기에 ‘계획은 무조건 밀어붙여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포기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 등의 80년대식 전략은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의 열쇠가 ‘플랜 B’에 있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계획을 수정해 기업을 번성하게 만드는 ‘적응 관리’에 해답이 있다는 것. 적응 관리의 방법으로 초기 목표를 바꾸는 ‘전략적 진화’와 초기 목표는 그대로 두고 전술적인 방법을 바꾸는 ‘전술적 진화’를 예로 들었다.

인텔은 1980년대 메모리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가 가격이 싸고 품질이 우수한 일본 메모리칩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몰락의 기로에 선 인텔은 과감히 메모리칩 사업을 버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들어섰다. 기존의 생산 시설과 설계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문제 해결에 매달렸고,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 인텔의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초기 목표를 바꿔 진화에 성공한 ‘전략적 진화’의 사례다.

초기 목표는 그대로 두고 전술을 바꾼 ‘전술적 진화’의 성공 사례도 있다. 월마트는 50년간 저렴한 상품 공급에 집중했다. 운영비용 최소화, 최저가 납품, 상점 매니저에게 손익의 책임을 묻는 전술을 기초로 저가 전략을 실행했다.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건을 창고에 저장하지 않고 곧바로 점포에 보내는 크로스도킹 시스템, 정교한 물류 배달을 위해 위성 시스템에도 끊임없이 투자했다.

저자는 “전술은 아메바다. 고객은 늘 참신한 것을 원하고 경쟁자는 우리보다 더 나은 방법을 들고 나와 호시탐탐 시장을 넘보기 때문에 시간 흐름과 상황 변화에 맞게 살아움직이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애플,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11가지 세부 원칙도 덧붙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