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통합니다. K팝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승부하는 게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요.” 경기도가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운영 중인 ‘경기도-UT(미국 텍사스주립대)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조엘 몸버거 변호사(54·사진)는 “능력있는 한국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커갈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텍사스주립대와 협력 양해각서를 교환하면서 2008년 시작됐다. 텍사스주립대는 기업 지원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뽑힌 기업은 UT 전문가에게서 현지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기술평가와 미국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질적 도움을 받는다. 이 사업 디렉터를 맡고 있는 몸버거 변호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4년간 미국 시장에 진출시킨 한국 중소기업은 51개사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이들 기업의 수출 계약금액은 6500만달러를 넘어섰다.

디지에스(대표 김도희)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자동차 브레이크 제동 능력 향상과 연료 절감 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하던 이 회사는 2008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쉬 TRW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40배 이상 성장했다. 시험장비 제조 및 검사 회사인 케이엔알시스템(대표 김명한), 자동차 에어컨용 머플러를 생산하는 휘일(대표 유태승)도 같은 케이스.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 측에 성공 기부금 2000만원씩을 쾌척했다.

“한국은 5000년 된 거대한 가족 같아요. 말을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정도니까요.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릅니다. 비즈니스 관행이나 문화적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그는 홈페이지를 예로 들었다. 한국 기업이 플래시가 있는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서양에서는 담백한 디자인과 고성능을 선호한다는 것. 수출기업 홈페이지가 해외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심각성을 한국 기업인들은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타대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오라클, 이스트맨코닥오스틴 등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세 때인 1977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선교사로 2년간 활동했다. 이후 변호사가 돼 오라클에 근무하던 그는 1989년부터 2년간 로펌 김앤장에서 일했다. 한국과의 세 번째 인연은 2008년 7월 현재의 직책으로 옮기면서부터다. 그는 “좋은 기술을 가진 한국 중소기업이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규제나 대기업의 횡포라기보다는 세일즈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몸버거 변호사는 어느 외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서울 상계동 미아리 방배동, 청주, 춘천 등지를 거쳐 지금은 부인과 함께 수원에 살고 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기자에게 “저기가 원래 우물이 있던 자린데 저렇게 개발이 됐다”며 토박이처럼 가이드했다. 미국에 가있을땐 빨리 돌아오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한다.

한국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얘기가 진지해지자 영어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서양에 최상의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한국인들 스스로 과소 평가할 필요가 없어요. ‘코리아 넘버원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한국을 특화하기 위해 세계적인 모습으로 바꾸려 하지 말고 K팝이나 한류처럼 있는 그대로를 살렸으면 좋겠다”며 충고를 덧붙였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