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1위→2위, SKT 7→17위로 변동
연기금 단기매매 차익 `10% 룰' 완화키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포진한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의 증시 영향력이 2008년과 작년 두차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오히려 더 커졌다.

현대차가 시총 11위에서 2위로 도약하는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지분은 절반 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외국인의 국내 증시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단기매매 차익 과세와 관련된 소위 `10%룰'을 조만간 완화, 시행할 계획이다.

◇ 시총 톱10 증시 비중 35%…外人 영향력 덩달아 확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기아차, 현대모비스, LG화학, 삼성생명, 삼성전자우,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등 시총 상위 10종목의 시가총액은 396조5천942억원으로 전체 시총의 35.0%에 달했다.

이 비중은 2008년 1월2일 28.8%에서 리먼 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더 커져 작년 1월3일 32.0%로 증가했다.

다시 한번 전 세계를 강타한 작년 8월 유럽발 재정위기를 겪고 나서도 이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 올해 1월2일 33.6%가 됐고 이달 23일 현재 35.0%에 달했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비중은 2008년 1월2일 7.78%에서 이달 23일 15.09%로 2배 넘게 확대됐다.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다.

이들 기업의 뒤에는 외국인이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 기준으로 49.19%에 달해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 가량은 외국인의 입김에 따라 언제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국인 지분이 현대차 44.2%, POSCO 50.2%, 기아차 32.4%, 현대모비스 47.82% 등이었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은 2009년 초만 해도 25%대에 불과해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시가총액 10위 안에 든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비교적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줘 비중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 경제위기 후 11위→2위 도약
두 차례의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순위도 많이 바뀌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위기 이후에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내수 종목인 SK텔레콤은 2008년 시총 7위에서 이달 23일 현재 17위로 떨어졌다.

한국전력은 4위에서 11위로 내려갔다.

소비와 직접 연관되는 유통주들의 하락도 눈에 띈다.

롯데쇼핑은 2008년 1월 시가총액 19위였지만 전날 27위까지 미끄러졌다.

2008년 초 시가총액 14위로 선전했던 신세계는 아예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내수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주에서 뒤로 밀린 데는 금융위기가 국내 경기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반면, 대표 자동차주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모두 시가총액 5위 내로 진입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현대차는 2008년 시총 11위에서 이달 2위까지 껑충 뛰었다.

수출 위주의 기업이면서 소비재 기업이기도 한 현대차는 금융위기에도 오히려 `가격대비 고성능' 이미지를 살려 해외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자동차주들이 시총 상위주에 등극하고 내수 종목들이 빠진 것만으로 금융위기를 거치며 기업 이익이 수출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단기차익 반환 완화 `10%룰' 조만간 시행
금융당국은 외국인에 휘둘리는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단기매매 차익과 관련된 10%룰을 조만간 완화한다.

10%룰은 상장사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는 주주에게 부과하는 의무로 단 한 주라도 지분 변동이 있으면 5일 안에 공시하고 6개월 이내 단기 매매차익은 반환하는 것이다.

이 규정은 투자자가 회사 내부 경영정보를 이용해 단기매매 차익을 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이 규정 때문에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하는 꺼리고 있다.

연기금 비중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외국인 비중은 축소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연기금의 투자 유인책으로서 조만간 감독규정을 개정해 10%룰을 완화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10%룰 규정 때문에 연기금의 투자가 덜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감독규정을 개정해 10%룰을 완화할 방침이다.

관련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고 조만간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 공시 의무는 자본시장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한혜원 기자 kaka@yna.co.krhy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