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만으로 폐암 여부를 검진하고, 며칠씩 배양하지 않아도 여름철 식중독의 원인인 대장균을 바로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전자코, 전자혀, 전자귀 등 인간의 오감처럼 작동하는 센서 시스템 개발을 통해서다. 새로 개발하는 센서는 환자가 배출하는 특유의 물질, 유해가스, 유해균 등을 판독해 질병 치료의 단서를 찾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나노 소재를 이용한 반도체 소형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2~3년 내 환경·보건·의료·안보 등 다양한 일상에 센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냄새로 질병 진단하는 전자코

홍승훈 서울대 화학생물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는 최근 폐암 환자에게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폐암 마커’ 개발에 나섰다. 이 연구는 훈련된 개들이 냄새만으로 폐암 환자를 찾아내는 데에서 착안됐다. 개가 폐암 환자의 호흡에서 나오는 독특한 휘발성 유기화합물(Hexanal)을 찾아내듯 이를 판별하는 센서 시스템을 만들어 질병을 진단하는 것. 서울대 연구진은 최근 개의 코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대량 배양해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달 중 국제저널에 관련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KIST는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이를 소형 센서 시스템으로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연구팀은 현재 시연단계까지 기술을 개발했으며 진단 정확도 향상, 초소형진단 키트 개발 등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2014년께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홍 교수는 “기존에 개발한 전자코 센서는 사람 유전자를 활용해 만들었지만 이번에 개발한 폐암 마커는 개의 코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게 특징”이라며 “앞으로 검진에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키트로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물속 대장균도 센서로 찾는다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는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을 찾아내는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5㎜ 크기의 바이오 센서에 대장균이 하나만 붙어도 경고 신호를 보내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개발을 시작했고 내년까지 1차 연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상용화를 위해 1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작고 값싼 센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덕하 센터장은 “2~3일간 배양한 후에야 대장균 수를 파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센서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검사를 완료할 수 있다”며 “기술이 개발되면 대형음식점의 물, 음식물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 여름철 고질병인 식중독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황산가스 등 최대 8가지 물질을 한꺼번에 검출하는 오염물질 센서 시스템, 생화학테러 물질 검출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전자코 등의 센서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노마딕스사는 화약냄새를 인식해 지뢰를 탐지하는 ‘피도’라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보건 등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상용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기존 대형 시스템과 달리 분석능력이 높으면서도 초소형의 값싼 센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게 상용화의 과제다.

우 센터장은 “의료, 환경 분야의 센서 시스템 개발은 다른 나라에서도 시작하는 단계”라며 “반도체 집적 기술이 발전한 우리나라는 초소형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