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포스코 빌딩의 사무실이 춤판으로 변했다. 댄스 홀이나 클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신성한(?) 일터인 사무실에서 벌어지다니. 이 춤판의 주체는 조직의 리더인 김 부장이다. 김 부장은 셔플댄스를 배우기 위해 인터넷 서핑도 공개적으로 한다. 영화 ‘셸 위 댄스’와 같이 도심의 댄스학원에서 직원들과 가족들 몰래 배우는 것도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춤을 선택하고, 춤을 통해서 혼자만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한다. 그러나 포스코 광고 속 주인공 김 부장이 셔플댄스를 배우는 것은 후배인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것을 자신도 즐겨야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그들을 아는 만큼 그들과 더 가까워진다’는 신념이 그의 머릿속에는 자리하고 있다.

젊음과의 소통수단이 바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셔플댄스’라는 춤이다. ‘셔플댄스’는 1980년 멜버른의 언더그라운드에서 탄생한 젊은이들이 즐기는 춤의 한 형태다. 4~5년 전에 한국에 상륙했지만 아직 젊은이들이 클럽에서나 즐기는 춤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기성세대에게 셔플댄스라는 놀이문화와 회사의 사무실이라는 공간적인 어울림은 상상하기 어려운 퍼포먼스인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든 김 부장이 셔플댄스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젊은이들은 아무나 하는 손쉬운 스텝을 따라 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사장에게 브리핑하는 것보다 힘든 일.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대리나 사원들로부터 배운다. 소통을 위해 후배들에게 배운다는 것 또한 그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배움의 대상이 원래 선생님이나 선배나 교수만이 아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배움의 스승이요, 선생님이다. 공자도 세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하지 않았는가.

이번 포스코 기업광고의 주제는 ‘소통’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힘든 인간의 행위가 바로 소통이다. 한동안 우리 대한민국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소통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두 해가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이 소통이 잘되는 사회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국가나 사회뿐 아니고 어떤 단체나 기업조직을 막론하고 소통이 잘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조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소통은 어렵다.

소통(疏通)을 한자로 풀면 소통할 소(疏)에 통할 통(通)이다. 소는 짝 필(疋)과 흐를 류(流)를 합친 말이다. 즉 짝을 지어 물이 흐르듯 잘 흘러야 소통이 잘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어사전을 보면 소통(communication)은 ‘사람들끼리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의 정보를 주고 받는 일’이라 설명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소통은 정보의 흐름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정보화시대, 그것도 후기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의 수단들은 너무나 많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은 모두 정보의 생산자인 동시에 정보의 소비자로 정보를 프로슈밍(Information Prosumming)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정보화 이전의 농경사회나 산업화 사회보다 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오히려 소통이 안 된다는 불만의 소리가 더 높다. 소통은 수단의 문제가 아니다. 소통은 마음의 문제다. 즉 소통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오랫동안 경험하고, 가르치고 있는 나로서는 소통의 영어표현을 한자어의 소통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 대신, 뮤추얼 언더스탠딩(Mutual Understanding)이라는 말로 대체하고 싶다. 뮤추얼은 ‘상호간, 서로’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며, 언더스탠딩은 ‘Under+standing’의 합성어로 아래로 임한다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 즉 소통의 대상보다 더 낮은 곳으로 임하는 물(水)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소통하는 주체들이 서로 낮은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면서, 서로를 이해해야 소통이 잘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에서의 소통을 위해서는 물과 같이 선배인 윗사람들이 후배인 아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이런 의미에서 포스코 기업광고의 김 부장에게는 과장, 대리, 사원들이 즐기는 셔플댄스라는 수단이 그들과의 소통(疏通)을 위한 출발이요,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오주섭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