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1일 오후 8시32분 보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이 획기적으로 다양해질 전망이다. 올해 시행된 개정 상법에서 주식과 채권 특성을 모두 지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허용됨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등 기업들이 전에 없던 방식의 자금조달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키로 한 5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들로선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부채비율을 끌어 내리는 등 재무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은행 전유물’서 해방

신종자본증권은 2002년 국내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 이후 은행에 한해서만 발행이 허용됐다. 하지만 지난 4월15일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으로 자금조달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이익참가부사채(이익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사채), 파생결합사채(파생상품적 요소가 결합된 사채) 등 주식과 채권 성격이 혼합된 다양한 증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이런 종류의 증권을 발행하는건 두산인프라코어가 처음이다.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법인이 최근 국내에서 아리랑본드(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원화표시채권) 형태로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이는 발행 주체가 국내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이었다.

국내 은행들이 발행해온 신종자본증권은 일반적으로 30년 만기(연장 가능)에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 권리)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업들도 우선 이와 비슷한 방식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이 그동안 은행들이 발행해온 방식대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경우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지분 희석과 부채비율 증가를 피하는 동시에 현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옵션’ 신종증권도 등장

CB처럼 주식전환 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도 조만간 공모채권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올초부터 ‘주식전환 옵션’이 첨가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수요 부진을 우려해 관련 작업을 보류 중이지만 조건만 맞으면 다시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STX팬오션의 요청에 따라 해당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채무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다수의 대기업들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IB 업계 관계자는 “여러 대기업들과 구체적인 발행 계획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신종자본증권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지닌 유가증권. 만기가 없어 ‘영구채권’으로도 불린다. 이자를 지급하지만 재무상황이 크게 나빠진 경우엔 지급을 중단할 수 있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자본으로 인정한다.

이태호/김석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