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9일 오전 7시13분 보도

“대성이 디큐브시티라는 리스크(위험)의 덫에 단단히 걸려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성산업이 서울 신도림에 지은 주상복합건물 ‘디큐브시티’를 대성이 안고 있는 최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최근 부동산투자회사(REITs)로 매각하려는 계획이 한 차례 무산되면서 8500억원가량의 차입금 부담이 고스란히 남았기 때문이다.

◆수익성 개선 위해 확대한 건설이 발목

고(故) 김수근 회장이 대구 연탄공장으로 출발시킨 대성그룹은 광산업 석유 천연가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김수근 회장은 그룹 모태인 대성산업(현 대성합동지주)은 첫째 김영대 회장(사진)에게, 서울도시가스 계열은 둘째 김영민 회장, 대구도시가스(현 대성홀딩스) 계열은 셋째 김영훈 회장에게 각각 물려줬다. 이에 따라 대성그룹은 김영대-영민-영훈 3형제 회장이 각각 ‘대성’ ‘SCG(서울도시가스)그룹’ ‘대성그룹’으로 계열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형제 간 다툼이 벌어진 데 이어 사명을 두고 법정싸움까지 벌이는 등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영대 회장이 이끄는 대성은 2007년부터 신도림에 위치한 석탄공장 부지를 디큐브시티로 개발, 유통 쪽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개발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삐걱거렸다. 대성은 지난해 만기가 다가온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디큐브시티를 분양 전 선매각할 계획이었다. 디큐브시티 운영권을 가지면서 투자받을 수 있는 리츠에 파는 구조를 만들었지만 진성매각(자산을 실질적으로 매각하는 것) 논란과 재무적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매각이 지연됐다.
◆건설 관련 채무부담 그룹 전체가 공유

지난해 대성산업은 건설과 유통부문에서 각각 554억원, 15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대성의 지주사인 대성합동지주도 416억원의 손실을 봤다.

디큐브시티의 주거부문 분양이 완료되면서 4700억원가량의 돈이 들어왔지만 차입금을 갚지 못해 만기를 연장했다. 세운상가 개발사업, 용인 구갈 개발사업 등의 예정사업장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을 더하면 대성산업이 떠안고 있는 우발채무 잔액은 6800억원이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대성산업의 PF 우발채무를 그룹 전체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성합동지주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대성산업에 건설업 관련 부채를 몰아넣은 것은 건설부문 리스크를 나머지 계열사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대성산업이 디큐브시티의 오피스빌딩을 대성산업가스에 매각하면서 건설 리스크가 계열사로 이전됐다.

대성산업의 우발채무도 대부분 대성합동지주가 함께 안고 있다. 지난 1분기 대성합동지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차입금은 2조609억원에 달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통부문의 실적이 개선돼야 디큐브시티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돼 그룹이 공유한 차입금 부담을 정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