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소유자가 시행자로 나서
타인 땅 수용 '위헌 소지'
정 변호사는 건설부동산 법제 가운데 위헌소지가 있는 대표적 사례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동의율’과 ‘단독주택 재건축’ 조항을 꼽았다.
조합만이 시행자가 될 수 있도록 한 다른 정비사업과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조합 또는 토지 소유자가 시행자로 나설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조합이 시행자가 되면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 토지면적 절반 이상의 동의 등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데, 토지 소유자가 시행자가 되면 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며 “같은 사업인데도 시행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사업추진요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규제가 더 많은 조합 방식을 피해 토지 소유자 수백명이 함께 시행자로 나서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보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토지 소유자가 시행자로 나서 주거·상업용 부동산개발을 추진할 때 다른 사람 토지를 수용할 권리를 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또 “정비구역(재개발구역)에 단독주택만 모여 있는 경우 현행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정확하지 않다”며 “위헌 논란이 생기면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개발사업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시키도록 한 ‘도시정비법 등 개발사업 관련 법 조항’도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위헌 정족수인 6인을 채우지 못해 합헌이 유지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공공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무상귀속을 고수하는 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소유권을 민간에 주고 사용권만 확보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면 지구 내 토지를 전면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택지개발촉진법에 대해서는 “주택보급률이 전국 기준 100%를 넘어선 현재 주택난 해소 차원에서 ‘전면 수용’이란 강력한 권한을 주는 이 법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헌재에서 합헌결정을 해왔지만 과도한 재산권 침해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