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징검다리’와 같은 기간이라 할 수 있다. 20대 후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쉼 없이 내달려 이르게 된 40대. 50대로 들어서면 왠지 ‘막차’를 타는 것 같아 몸도 마음도 바쁘기만 한 40대는 인생 후반전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자녀 교육비와 내집 마련 비용 등을 충당하느라 모은 돈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고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40대 은퇴설계, 은퇴후 필수생활비는 반드시 연금으로 확보를…

○노후 30년, 생활비 9억원 필요

경기 분당에 살고 있는 40대 초반 A씨. 대기업 차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중학생인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장이다.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뒤 15년간 알뜰하게 생활해 분당에 32평형 아파트도 장만했다. A씨의 자산 부채 현황을 보면 자산은 시가 6억원 상당의 분당 아파트, 장기주택마련저축과 연금저축의 적립금 5000만원을 합쳐 6억5000만원이다. 부채는 분당 아파트 구입 때 받은 부동산 담보대출 1억2000만원으로 A씨는 현재 5억3000만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월 수입은 평균 600만원. 지출내역을 살펴 보면 생활비 250만원, 교육비 150만원, 보장성보험료 30만원, 대출금이자 55만원, 장기주택마련저축 50만원, 연금저축 30만원 등이다. 전체 소득의 25%를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는 반면 노후자금을 위한 저축은 5% 수준에 불과하다.

A씨 부부가 60세 은퇴해서 90세까지 살면서 월 생활비로 200만원(현재가치)을 쓴다면 노후생활비로 9억1000만원이 필요하다(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5% 기준). 하지만 현재 A씨의 경우 자녀에 대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과 내집 마련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으로 노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우리나라 40대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씨가 앞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15년이다. 이 기간에 돈을 모아 은퇴 후 30년 이상으로 예상되는 노년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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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를 구조조정하라

40대가 놓쳐서는 안될 은퇴설계의 고려사항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자녀 교육비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교육비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가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중·고교에 다닐 때 절정을 이루기 때문에 정작 미래를 대비해야 할 40대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녀 교육비는 ‘옆집에서 가르치니까 나도 가르친다’는 식의 지출이 다반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일반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약 1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패턴으로는 건강한 노후를 꾸리기 힘들다.

자녀 교육비가 우선이냐, 부부의 노후준비가 우선이냐 하는 갈등은 결코 개인 차원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교육개혁, 우리사회의 맹목적인 학벌의식 등이 한꺼번에 개선돼야 비로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역시 절대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녀 교육비는 가계 수입의 20%를 절대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자신의 학원비, 과외비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모르고 자라는 자녀들, ‘돈맹’으로 자라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당장 편하려고 빚을 지지 마라

다음이 부채관리다. 지출이 가장 많은 40대는 보통 집을 사거나 늘리면서, 사업자금을 조달하면서 부채를 지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약 93%가 부채를 안고 있고 신용대출, 마이너스대출, 카드대출, 주택담보대출, 예금담보대출 등 평균 4~5개의 대출 통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는 특히 부동산 투자를 위해 대출받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좋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이자부담과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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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현금흐름 확보해야

마지막으로 은퇴 이후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매월 현금이 입금되는 평생소득(Lifetime-Income)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이후 평생소득으로는 부동산 임대소득과 주택연금, 보유한 현금(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소득, 연금소득 등이 있다.

은퇴 이후 꼭 써야 할 의식주와 의료비 등 필수생활비는 반드시 연금자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금소득은 인생 100세 시대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국민연금은 40년 납입하면 은퇴 전 소득의 50%를 노후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40년 동안 보험료를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25년 정도 납입을 가정한다면 약 25% 정도의 소득 대체 효과가 있을 뿐이다. 퇴직연금은 퇴직 이후 일시금이나 연금 형태로 수령이 가능한데, 공교롭게도 수령 시점이 자녀 결혼과 맞물려 있다 보니 온전하게 노후자금으로 활용되긴 어렵다.

때문에 부족한 노후자금은 개인연금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 연금투자는 10년 이상 지속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금투자는 일정 규모의 자금을 매월 붓는 적립식투자이기 때문에 장기로 운용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연금투자의 마지막 적기

40대는 충분한 연금투자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 만큼 연금투자를 미뤄서는 안 된다. A씨의 경우 43세에 월 100만원의 연금투자를 시작한다면 60세 은퇴시점에 약 4억3000만원(투자수익률 8% 기준)의 노후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5년 늦은 48세에 연금 투자를 시작한다면 60세 시점엔 2억4000만원의 노후자금만 확보할 수 있다. 투자 원금은 6000만원 차이지만 60세에 확보할 수 있는 노후자금은 1억90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40대 은퇴설계, 은퇴후 필수생활비는 반드시 연금으로 확보를…
10년 이상 장기 투자되는 연금상품은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이 적절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종신형 연금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원금보존을 추구해 확정금리형 상품에 투자하다 보면 저금리시대에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낼 수밖에 없다. 40대는 어쩌면 은퇴설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시기일 수도 있다.

윤석태 <대한생명 경인FA센터장 1880496@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