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성 악화
특혜 우려로 조건 변경 난색
대규모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이 계약 해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로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돼 계약 당시 조건으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운 까닭이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공모형 PF 사업을 추진하던 초기와 시장 여건이 크게 달라진 데다 사업 추진 주체(PFV)와 발주처의 시각차가 커 접점을 찾기 힘들다”며 “사실상 해제한 뒤 재추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기 표류 중인 공모형 PF사업
6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전국에서 추진 중인 공모형 PF사업은 30여개 프로젝트, 금액으로는 81조원에 달한다. 국토부는 올초 공모형 PF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공모형PF조정위원회’를 출범하고 남양주별내복합단지개발(메가볼시티) 파주운정복합단지(유니온아크) 등 6개 사업을 조정대상지로 선정했다. 조정위원회는 상반기 중 조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지만 외형(9000억원)이 작은 메가볼시티 정도만 사업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사업장들은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발주처와 건설사의 팽팽한 줄다리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표류 중인 공모형 PF 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토지비 납부 조건 완화와 상업 비율 축소, 주거비율 확대 같은 사업계획 변경이 뒤따라야 한다고 사업주체들은 말했다. 자본금 규모, 출자자 조정, PF 대출금 만기 연장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다. 그러나 발주처들이 조건 완화에 부정적이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업 규모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파주 유니온아크는 사업성을 맞추려면 주요 시설의 분양가격이 3.3㎡당 평균 2000만원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사업주체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격대로는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사업주체는 땅값 인하, 주거시설 확대 등 사업 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발주처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특혜 시비를 우려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핍스웨이브 김한덕 사장은 “발주처와 건설사 금융회사 등의 생각이 달라 사업이 산으로 가고 있다”며 “아무도 사업의 성공을 위해 양보하려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계약 해지 및 재공모’ 모색
조정위원회는 기존 계약을 해지한 뒤 사업자를 재공모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그냥 놔뒀다가는 신도시 입주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데다 금융비용 부담 등이 증가하면서 사업성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 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법을 도입해 정상화 가능 사업장과 계약 해지 사업장으로 나눠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 및 재공모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환영하고 있다. 한 공모형 PF사업 관계자는 “PFV들이 당초 장밋빛 전망에 휩쓸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범정부 차원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지루한 소송전으로 이어져 문제 해결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공모형 PF 사업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시 등 공공 부문이 토지를 개발하는 민간사업자를 공모한 뒤 상업 업무 주거 등의 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를 조기에 활성화하기 위해 주로 추진된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